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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북한사태(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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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와 북한사태(장명수 칼럼)

입력
1996.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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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에서 「판문점 사태」는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지난 4일 북한이 「비무장 지대에 대한 의무포기」를 선언하고 연일 무장시위를 계속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전쟁위험」보다는 「선거에 미칠 영향」에 쏠렸던게 사실이다.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지는 못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크게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고, 그 돌출사태가 선거 판세를 어떻게 바꿀것인가 라는 것이 주된 관심사였다.선거때 북한이 술렁이면 으레 여당에는 호재가 되고, 야당에는 악재가 된다. 북한에 대한 정보를 독점했던 역대 정부는 선거때마다 그것을 악용하여 재미를 보곤 했다. 북한사태를 침소봉대하거나, 간첩사건등을 선거직전에 발표하거나, 상대방을 북한과 연관시켜 음해하는 방법으로 야당바람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 오랜 수법이었다.

유권자들은 그런 수법을 잘 알고 있고, 그것에 반발하기도 하지만, 막상 안보가 문제가 되면 「안정」으로 급선회하는 속성을 보여왔다. 야당은 이번 선거에서도 그런 악재가 터지자 『북한이 기침을 한다고 우리가 독감에 걸릴 필요는 없다』『현정권은 과거 군사정권과 다름없이 안보를 볼모로 국민을 협박하고 있는데 절대로 속지 말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상당수의 유권자들은 북한이 위험한 짓을 못할 것이라고 판단하면서도 북한이 술렁일 때는 여당에 힘을 몰아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치권은 이제 더이상 안보를 정치에 이용해서는 안된다. 그것은 선거철이든 선거철이 아니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마찬가지다. 북한은 여야가 지혜를 모아도 상대하기 힘든 집단이다. 여야가 각기 이해득실에 따라 대응한다면 북한은 점점 더 교묘하게 장난을 치고 억지와 협박을 계속할 것이다.

이번 판문점사태를 겪으면서 국민사이에는 몇가지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생각된다. 첫째 북한정책은 북한당국과 인민을 철저하게 분리하여 추진돼야 하며, 인민에게는 동족애를 간직하되 당국에 대해서는 어떤 환상도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북한의 망나니짓을 달래려고 떡을 주어서는 안되며, 협박으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것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대북한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하여 북한이 오판하거나 장난치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여야는 좀더 성숙한 북한정책이 마련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더이상 북한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면 여야 모두가 피해자가 될 것이며, 무엇보다도 나라가 입는 피해가 클 것이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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