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유권자 대거 투표불참/쟁점·정당차별성 적은점도 영향15대총선 투표율이 예상대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63·9%의 투표율은 1대∼13대총선의 평균치인 80%에 무려 16%포인트이상 떨어지는 것은 물론 종전 최저치인 14대의 71·9%에 비교해도 8%나 하락했다. 이는 또 중앙선관위와 각 여론조사기관의 역대최저 예상투표율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선관위와 미디어리서치·한국갤럽등 여론조사기관들은 당초 67∼70%의 투표율을 예상했었다.
투표율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무엇보다 정치무관심 현상이 과거 어느때보다 심화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역대 선거에서 참여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20, 30대 유권자들의 정치불신이 정치혐오증으로 까지 악화하면서 이들의 기권이 투표율 하락의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번총선에서 전체유권자중 20, 30대의 비율은 55·8%였다.
뚜렷한 선거쟁점이 없었던 점도 투표율 저조의 원인이었다. 우리정치의 오랜 틀인 「민주대 반민주」의 대결구도가 무너진 상태에서 대선자금공개·세대교체·개혁·안정·견제론등이 어지럽게 맞섰으나 유권자들을 투표소로 유인할만한 매력있는 쟁점은 되지 못했다. 선거전 중반과 막판에 불거졌던 장학로전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부정축재와 연세대생 노수석씨 사망사건, 비무장지대 사태등도 뚜렷한 유인요소가 되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정당간 차별성이 크게 무디어진 점도 투표율 하락의 원인이었다. 성향과 이념에서 모든 당이 탈이념의 개혁적 보수정당 혹은 보수정당의 성격을 띠다 보니 정책차이가 있을 수 없었다. 총재 1인이 당 자체가 되는 「성명당」현상이 지금처럼 강고하지도 않았다. 정당간 색깔 차이가 없다는 것은 후보자간 정책차이가 없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며,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들의 극히 낮은 인지도와 변별성 역시 같은 맥락에서 비롯됐다.
지역별 투표율은 87년 대통령선거이후 투표성향을 결정짓는 주요변수로 자리잡은 지역분할구도가 이번 총선에선 더욱 공고해졌음을 말해주고 있다. 지역 주의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호남표와 충청표의 결집성을 한층 강화시킨데 이어 이번 총선에선 투표율에 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수가 됐다.
부산(60·5%)·광주(64·5%)·대전(63·0%)등 대도시는 각 당의 거점지역이면서도 도저촌고의 고전유형에서 벗어나지 않아 전국 평균경쟁률보다 낮거나 조금 높은 투표율을 보였지만 경남(66·0%), 전남(69·8%), 전북(67·8%), 충남(68·7%), 충북(68·3%)은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구지역은 60·9%의 저조한 투표율을 기록함으로써 기존정치권에 대한 총체적 불신을 표해온 TK정서가 투표표기로 이어졌음을 보여주었다.<홍희곤 기자>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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