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형은 고교선배고 우상이지만 마라톤은 가장 솔직한 운동 올림픽출전 나도 젊음을 걸었다”42.195를 쉼없이 달리는 마라토너에게 물은 생명이다. 5마다 한번씩 주어지는 한모금의 물은 한껏 달아오른 몸을 식히고 고단한 다리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러나 김이용(23·건국대 체육교육4·사진)은 지난달 24일 경주서 벌어진 동아마라톤 35지점에서 경쟁자들에 치어 물주머니를 잡을 기회를 놓졌다.
점점 무거워지는 발걸음과 덜덜 떨리는 턱은 차치하더라도 공포감이 엄습했다. 김이용은 『이러다간 올림픽 티켓은 커녕 완주도 못한다』는 위기감을 느꼈다. 그러나 지난 겨울 살을 에는 바람을 뚫고 언덕길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길러진 근성과 체력은 이 위기에서 진가를 발휘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앞서보지 못한 「근성의 마라토너」 김재룡마저 제치고 한국선수중 이봉주, 김완기에 이어 3위로 골인점을 밟았다. 기록은 한국역대 4위인 2시간9분36초. 김이용은 마침내 강릉중 2년때 육상에 입문한 이래 한순간도 버린적이 없는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뤘다고 생각했다.
경기직후 개인택시를 몰며 3남2녀를 키운 아버지 김남화씨와 한때 마라톤선수였던 작은형 김청용씨(28·제일제당근무)에게 숨가쁘게 승전보를 전했다. 건국대에는 「김이용선수 96올림픽 마라톤 출전권 획득」이라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하지만 김이용은 지금 불안한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다. 지난 3일 육상연맹은 기록순으로 3명이라는 당초 원칙을 번복,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를 예비선수로 대표명단에 포함시키고 최종 엔트리 3명은 추후 훈련성적에 따라 결정키로 한것. 따라서 김이용은 아직 후보선수인 셈이다. 일부에서는 「어린 김이용이 황영조에게 티켓을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강릉 명륜고 3년선배인 황영조는 사실 김이용의 목표이자 꿈이었다. 92년 황영조가 바르셀로나올림픽서 금메달을 딸때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김이용은 『형의 장한 모습을 보고 마라토너가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김이용은 『영조형의 부상은 안타깝지만 마라톤은 가장 솔직한 종목이다. 나도 오로지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올해들어 고향한번 못가고 훈련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승자라는 이유로 오히려 따가운 시선에 괴로워하고 있는 김이용은 『지금까지 5차례 마라톤을 완주하면서 무수하게 자신과 싸워왔다』며 굴하지 않는 투혼을 드러내 보였다.<이동준 기자>이동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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