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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일 아침에/임종건 전국부장(메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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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일 아침에/임종건 전국부장(메아리)

입력
1996.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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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선거야말로 가장 이성적인 선택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일 뿐 감성의 선택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다.사람은 이성보다 감성에 빠지는 경우가 더 많은데 그같은 인간의 약점을 교묘히 이용하는데 이골이 난 이들이 정치가들이기 때문이다.

선거가 감성의 지배를 받게되는 첫째 원인은 유권자의 감성을 건드리는 것만큼 손쉽고도 확실한 당선의 길이 없다는 정치인들의 믿음이다.

둘째는 후보들의 자질부족이다. 이성적 대결에 자신이 없는 정치인일수록 유권자의 감성에 의존하려 하기 마련이다.

감성에 의한 선택은 싸구려정치로 가는 지름길로서 국민정서에 오래도록 해독을 남긴다. 한국정치가 보여주고 있는 난맥은 싸구려 선택의 대가인 셈이다.

선거에서 이성적인 요소라면 후보자의 준법의식이나 정책대안경쟁, 품위있는 언변 등과 같은 것인데 이번 총선전에서도 여전히 감성이 기승을 부렸던 것은 대가를 다 치르기엔 아직 멀었다는 반증에 다름이 아니다.

우리나라 선거에서의 고질화한 감성적 요소는 지역감정이다. 저마다 지역의 형태만 있으면 대통령을 내겠다고 법석이었다. 온갖 논리와 주장의 감성자극제들도 속속 개발, 유포되었다.

후보자와 운동원들은 이 싸구려 약을 팔기 위해 북치고 장구쳤다. 유권자의 감정에 불을 당기기 위해 물불을 안가렸다.

그럼에도 이번 총선전에선 한가지 인상적인 변화가 엿보였다. 유세장의 차분함이 그것이었다. 우선 청중숫자가 14대총선 때의 3분의1 수준이었다는 선관위의 분석이 있었다. 그것도 침묵이 주조였다. 후보자의 한마디에 열광하고 심지어 운동원들이 불지른 패싸움에 휩쓸리기까지 하던 종래의 청중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어느 후보는 『청중들의 무표정에서 두려움같은 것이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유세장의 냉기가 유권자들의 정치불신의 표현인지, 정치성숙의 징표인지를 판가름할 투표가 오늘 실시된다. 감성에 의한 「싸구려 정치」를 이성에 의한 「품질의 정치」로 바꾸는 것이 오늘의 한 표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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