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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투자자(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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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투자자(프리즘)

입력
1996.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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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는 세계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무시간에도 정장에 넥타이를 말끔하게 차려입은 비즈니스맨들이 바쁘게 오간다. 세계정세와 금융동향을 직접 관장하기 때문인지 늘상 긴장된 공기가 감돈다.론 브라운장관과 기업인들을 태운 미군용기가 크로아티아상공에서 추락한 사고가 터진 3일에도 월스트리트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 긴장감은 사고 탓이 아니라 증시를 주도하는 블루칩들의 주가가 대거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날 뉴욕증시의 다우존스공업 평균지수는 전날 폐장가 보다 18.06포인트나 오른 5689.74에 마감됐다. 주요 신문과 방송이 군용기 추락사고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월스트리트는 오히려 담담했다.

우리가 그같은 상황에 처했더라면 주가가 폭락했을 터이지만 월스트리트는 전혀 달랐다.

지난달 2주이상 걸린 GM 부품공장의 파업때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에선 파업하는 회사의 주가가 곤두박칠치는 것이 보통이지만 미국의 투자자들은 회사측 대응을 성원하며 주가를 오히려 올려놓았다.

인디언의 공격을 막기 위해 방벽을 쌓아놓았던 곳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만큼이나 월스트리트는 외풍에 견디는 힘이 대단하다. 투자자로 대변되는 미국인들이 정치 군사 외교적 이상분위기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도 한국처럼 선거철이다. 11월초면 민주당의 클린턴대통령과 공화당의 밥 돌 상원의원중 한사람이 대통령에 당선된다. 또 같은 시기에 상원과 하원의원 일부가 교체된다.

대통령 후보나 의원후보들은 득표를 위해 전국을 돌며 상대방을 공격하지만 유권자들은 오히려 냉정함을 잃지 않고 있다. 흑색선전을 하거나 금품선거를 하다가는 냉정한 유권자의 표를 잃을 우려가 있다. 그만큼 사회가 안정돼 있다는 얘기다.

「4·11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정치인들이 아무리 허튼 소리를 하고 상대방을 헐뜯더라도 유권자들은 월스트리트 투자자나 미국의 유권자들처럼 냉정함을 잃지 않고 붓두껑의 방향을 정했으면 하는 마음이다.<뉴욕=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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