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평온… 북 박격포진지 어렴풋이/40년착용 「경무」 완장 찾아볼수 없어/20년전 도끼만행 나무밑동 분단의 징표처럼…북한이 비무장지대 불인정을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3일째 중무장병력을 투입해 무력시위를 벌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은 9일 겉으론 한가로워 보였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피부에 와닿았다.
자유의 집에서 내려다본 공동경비구역은 시멘트 구조물로 표시된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북측지역에서 북한 경비병 10여명이 남쪽을 차갑게 응시하고 있었다. 북한측 1, 2초소 사이에는 북한군이 5, 6일 구축한 후 무반동총, 박격포 등을 설치해 놓은 진지가 언덕 아래 숨어 있었다.
북한 경비병의 왼쪽 팔에는 정전협정을 지키지 않겠다는 뜻을 과시하는듯 40여년간 차고 있던 빨간색 「경무」완장을 찾아볼 수 없었다.
내외신 기자 50여명이 북측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하자 북한측 판문각에서도 양복차림의 50대 카메라맨이 나타나 남측을 향해 ENG카메라를 들이댔다. 3층 건물 유리창 전면을 커튼으로 가린 판문각 2층 난간에서도 북한군 4∼5명이 서성이며 남측의 동향을 지켜봤다. 3, 4층 높이의 회색빛 북한측 1, 2초소 옥상에는 폐쇄회로 TV가 남쪽을 겨누고 있었고 초소 앞에는 망원경을 든 북한군들의 모습이 보였다.
자유의 집 3층 전망대에서 경비근무중인 김성일상병(23)은 『5일부터 북한 경비병들이 「경무」완장을 차지 않고 있으며 차량식별 표지판도 부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판문점에는 이날부터 내국인의 관광이 전면 금지돼 외국인들만 눈에 띄었다. 판문점 견학을 온 6·25 참전 미군및 가족 40여명은 북쪽지역을 카메라에 담으며 치열했던 전투를 되새겼다. 게린씨(70)는『신문을 통해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 『겉으로는 평온한 것 같지만 언제 평화가 깨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자리를 옮겨 북한의 장단평야와 멀리 개성의 송악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우리측 제3초소에서 바라본 북측 풍경도 겉으론 평온했지만 기정동 선전마을에는 총을 든 북한군의 모습이 간혹 나타났다. 북한측 「72시간 다리」에 이어진 북한군 5초소에도 북한군이 남측을 주시하고 있었다.
3초소에 경비근무중인 안왕헌상병(21)은 『낮에는 북한군의 움직임이 거의 감지되지 않아 평상시와 다름없다』며 『그러나 며칠전부터 밤을 틈타 북한군이 공동경비구역 내에 들어오고 철수하는 도발을 되풀이하고 있어 한시도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북으로 통하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에서 10여 떨어진 곳에는 76년 8·18도끼만행 사건 당시 밑동이 잘린 미루나무 그루터기가 그대로 남아 있어 20년전과 조금도 변함이 없는 분단의 현실을 절감케 했다.<판문점=공동취재반>판문점=공동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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