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도 동원 은거지 감시/FBI “천재적 범인 검거 퍼즐풀기만큼 힘들었다”/숲속 오두막엔 고전문학·폭탄제조 관련책 가득「유너바머(UNABOMBER)」 시어도어 카진스키(53)에 대한 증거보강수사가 활기를 띠면서 그의 감춰진 면모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
미연방수사국(FBI)이 3일 연쇄 우편물 폭탄테러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카진스키를 검거한데는 그의 동생의 제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에 앞서 FBI는 연방마약국및 재무부 체신국과 합동특별수사반을 편성, 18년간 유너바머 사냥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그동안 수사선상에 오른 용의자만 200명에, 관련자 인터뷰는 수천건에 달한다. 제보전화도 2만건이나 됐다. 국방부에서 슈퍼컴퓨터를 빌려와 각종 관련자료를 대조검색했으며 캘리포니아주와 중서부 지역 도서관 전체의 도서대출 상황까지 체크했다.
FBI 관계자는 『유너바머가 미국 역사상 가장 천재적인 범인의 하나였던 만큼 수사는 수천조각으로 된 그림맞추기식이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체포 몇주 전부터는 카진스키가 사는 몬태나주 링컨마운틴 주변 숲에 집배원이나 산림관리인으로 변장한 요원들이 쫙 깔렸으며 저격요원까지 배치했다. 동태를 감시하기 위해 첨단 감청기는 물론 인공위성까지 동원했다.
체포 당시 카진스키의 오두막집은 셰익스피어와 대커리같은 고전문학작품과 폭탄제조법 관련서적으로 가득차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언덕에 사는 은자(은자)』라고 불렀다. 전화를 걸거나 식료품을 살 때를 빼고는 거의 마을에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가끔씩 하루종일 마을 도서관에 틀어박혀 독일어와 스페인어로 된 서적이나 과학잡지를 읽곤했다. 조용하고 말썽 빚는 일 없고 친구도 없었다.
카진스키는 시카고에서 폴란드계 소시지제조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한 어릴적 친구는 『그는 배터리나 전선, 질산칼륨 등을 조합해 폭발물을 만드는 재주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16세에 하버드대에 진학했다. 미시간대에서도 수학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5년여나 있었지만 졸업생 앨범 등 어느 곳에도 그의 사진은 없다. 버클리대에서 2년간 수학과 조교수로 있을 때도 그와 이야기를 나눠본 사람은 없었다.
링컨마운틴으로 이사온 것은 71년. 가끔 목제소 인부 등 임시직으로 일하곤 했으나 대부분의 시간을 「산업사회의 기술문명을 어떻게 붕괴시킬 것인가」를 연구하는 데 보냈다. 카진스키는 신문을 받는 동안 가끔 장난기 섞인 웃음을 터뜨리곤 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여전히 현대기술문명을 비웃고 있는 지 모른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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