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날씨에 대해 많은 말을 한다. 그러나 아무도 날씨를 어쩌지는 못한다」는 말이 있다. 4월 들어서까지 일기가 별로 화창하지는 않아도, 봄은 봄이다. 새로운 생명의 빛깔이 어느덧 대지를 덮기 시작하는 것이다. 봄을 맞는 TV방송은 일찍부터 자연을 소재로 하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지난 식목일에는 방송사들이 여러 편의 특집프로를 내보냈다. 그 중 캐나다 애니메이션 영화 「나무를 심는 사람」(KBS1)은 장엄한 감동을 주었다. 우연한 일로 아내와 자식을 잃은 양치기 사내가 쓸쓸한 삶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황무지 같은 산에 매일 도토리 100개씩을 심어 몇십년 후 나무가 우거지고 새들이 깃들이는 비옥한 땅으로 바꿔 놓는다는 줄거리이다.
지난달 16일에는 미국 다큐멘터리 「마지막 야생 연어」(EBS)가 방영되었다. 강에서 태어난 연어가 바다로 나가 성장한 후 다시 고향 강을 거슬러 올라와 알을 낳고 숨을 거두는, 모천회귀의 여정을 보여주었다. 자연과 관련해 길고 힘겨운 여정을 그리는 이런 프로들에는 생명에 대한 지식과 그 숭엄함에 대한 예찬, 삶에 대한 은유, 관조등이 좋은 옷감처럼 교직돼 있다.
외국 프로만이 아니다. 2월초 방영된 EBS의 다큐멘터리 「한국의 파충류」도 우리 자연의 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지금까지 가려졌던 생태계의 신비를 보여주었다. 제작진은 누룩뱀 청거북 황소개구리등 일정한 행동양식을 찾기 어려운 파충류를 1년여 동안 어렵게 추적한 끝에 이를 완성했다. 이 프로가 지난달 29일 제32회 백상예술대상(한국일보 일간스포츠 주최) TV부문에서 대상을 받은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이번 봄, 자연뿐 아니라 인간의 정치에서도 새로운 지평선이 열리고 있다. 이번 총선은 20세기를 마무리하고 2000년대를 맞는 국회를 구성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각별해 보인다. 금세기는 우리 민족에게 큰 시련과 고통을 주었으나, 우리는 그 충격과 도전을 끈질기게 극복해 왔다. 우리 모두가 긴 안목에서 후보를 선택해서, 그들과 함께 새로운 희망의 세기를 맞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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