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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긴장파고­미·일 전문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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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긴장파고­미·일 전문가 전망

입력
1996.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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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분석/“북,「벼랑끝 전술」 당분간 지속”/긴장고조 통해 양보 노리는 상투적 대외전략/당장 전쟁의도 없더라도 우발·오판상황 우려미국내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은 대체로 북한의 일련의 정전협정 파기행동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측이 평화협정 체결을 미국에 강요하기 위해 펴든 「벼랑끝 전술」카드를 쉽사리 거둘 리가 없다는 데 견해를 같이 했다.

윌리엄 테일러 미전략 및 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7일 전화인터뷰에서 『북한측은 한동안 판문점에서의 긴장고조를 꾀할 것』이라며 『그들은 핵협상 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최대한의 군사적 위협을 가해가며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낼 속셈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김일성 생전 2차례에 걸쳐 장장 7시간동안 그를 단독면담한 바 있는 테일러부소장은 이번 사태가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또하나의 벼랑끝 전술(brinkmanship)이기 때문에 결실을 얻을 때까지 압력을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94년 북미 핵협상과 그해 말 비무장지대 미군헬기격추 사건 당시 보비 홀 준위석방 교섭에서 클린턴행정부가 보인 나약한 태도에 고무돼 『강경하게 밀고가면 양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반도문제 전문가 오공단박사(전랜드연구소 연구원)도『이번 사태는 부정적인 동인을 제공함으로써 긍정적인 결과를 유도해낸다는 그들(북한)의 대외정책 패턴과 부합된다』면서 사태의 장기화를 점쳤다.

미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유해송환 협상이나 미사일 회담에 앞서 판문점에서의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한 별도의 회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평화협정 체결문제는 결국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의 일괄적 해결방안(package deal) 속에서 다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반도문제 전문가들은 또 북한이 이번 사태를 전쟁상태로 이끌어가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테일러부소장은『북한의 목적은 미국으로부터 제네바 핵합의와 같은 달콤한 양보를 얻어내려는 것일뿐 전쟁을 하겠다는 의도는 결코 아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이 경우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전쟁은 고도의 긴장상태에서 우발적으로, 또는 오판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경고했다.

조지아대학의 박한식교수(국제정치학)도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그들도 당초 기대한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당황하겠지만 전쟁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

◎일본 분석/“군사적 의도보다 외교심리전”/김정일 승계앞서 협상상대로 인정받기 포석/시점선택은 5·6월 식량난-클린턴방한 염두

일본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정전협정 파기행동이 전쟁도발보다는 다양한 외교목적을 겨냥한 심리전의 일환인 것으로 보고 있다.

방위청 방위연구소 다케사다 히데시(무정수사)국제관계담당실장은 『무장병력이 다른 비무장지대(DMZ) 지역이 아닌 판문점 공동경비 구역에 투입되는 것으로 보아 군사적 의도라기 보다 심리적 압박수단』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북한이 앞으로 정전협정 완전 파기선언, 미사일훈련 재개, 서해 5도 인근해역에서의 해군훈련 등으로 당분간 긴장상태를 지속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북한이 평화협정 체결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시즈오카(정강)대 이즈미 하지메(이두견원)교수는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로 긴장이 완화될 경우 북한은 군사예산을 경제로 돌리고 김정일이 화려하게 북한지도자 자리에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일이 7월에 김일성 3주기가 지나면 권력을 공식 승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김정일이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하기위해 미국으로부터 협상상대로 인정받고 싶어한다고 지적했다.

다케사다실장등은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선언으로 긴장을 고조시킨 뒤 미국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 경수로 지원등을 얻어냈던 것과 이번 행동이 같은 패턴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초점은 또다시 미국과 일본이 한국의 이해와 양보를 전제로 북한달래기에 나서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내에서는 이번 사태는 「북한의 오판」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주도의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에 불만을 표시해 온 외무성 내부에 최근 북한에 대한 실망감이 고조되면서 『성급한 국교교섭재개는 위험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분위기라는 것이다.

한편 북한의 이번 행동이 한국 총선에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일부의 관측이 있는 것이 사실이나 이는 북한의 의도와는 무관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이 총선전을 택한 데 대해 일전문가들은 ▲식량난이 심각해질 5·6월을 앞두고 국내체제를 다시 옥죄고 ▲총선직후 있게 될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서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특히 북한이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한미정상회담 의제에 평화협정을 포함시키기 위한 고려에서 총선이란 시점에 관계없이 일을 벌였을 것으로 보았다.<도쿄=신윤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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