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내무장관이 적발 인정·범인체포”/경찰“복사해 사용 단순사기 과장보도”발권된 지 10여일밖에 되지 않은 100달러짜리 새달러화의 위조지폐가 모스크바에 나타났다는 일부 언론보도를 치안당국이 부인하고 나서면서 이를 둘러싼 공방전이 언론과 치안당국간 자존심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이 공방전의 승패를 가릴 뚜렷한 물증은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태이나 일부 은행에 새 100달러화 위폐가 제시됐다는 소문은 끝없이 나돌고 있다.
위폐출현 공방전은 친정부신문인 로시스카야 가제타의 2일자 보도로 시작됐다. 이 신문은 아나톨리 쿨리코프 내무장관의 발언을 인용, 새 100달러화 위폐가 이미 러시아에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쿨리코프장관이 내무부 연수원의 한 강의에서 러시아 조직범죄의 심각성과 수법의 교묘함을 설명하면서 발권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100달러화가 벌써 위조됐다는 사실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는 것이다.
이튿날 모스코프스키 콤소몰레츠지는 『새 달러화 위폐범이 1일 모스크바 경찰당국에 체포됐다』는 더욱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이 보도가 나오자 러시아 경찰당국은 『허무맹랑한 보도』라고 발끈했다. 블라디미르 우스코프 위폐범 담당국장까지 이례적으로 나서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새 달러화를 복사기로 여러번 복사해 만든 조잡한 위조지폐가 러시아 상업은행인 아그로프롬방크의 한 환전소 창구에 제시됐으나 지불이 거절된 것으로 밝혀졌다.
문제는 위조지폐의 기준이다. 범죄조직에 의해 육안으로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교묘하게 위조된 지폐만을 위조지폐로 볼 것인지 여부다. 러시아당국은 새 달러화의 실물을 직접 목격한 사람이 거의 없다는 현실을 이용해 복사기로 허술하게 위조한 지폐를 사용하려 한 것은 「단순사기」로 취급하는 것 같다. 이런 기준에 따라 러시아 중앙은행을 비롯한 대부분의 상업은행은 새 달러화의 위조지폐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새 100달러화 위폐출현 여부를 둘러싸고 언론과 경찰이 벌이는 공방에 새 100달러 지폐를 구경도 못한 대부분의 러시아인들은 어리둥절해 하고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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