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깃거리 내용」 치중땐 지역감정 자극 우려도현대사회의 선거는 신문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선거기사가 신문의 정치면은 말할 것도 없고 사회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선거가 차지하고 있는 중요성에 비추어 볼때 신문이 선거에 많은 지면을 할당하고, 비중있게 다루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신문의 선거보도가 지금과 같아서는 민주주의의 발전은 고사하고 유권자의 투표행위에도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정치적 무관심과 불신을 조장하고 국민의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
과연 우리나라 신문의 선거보도는 현재와 같은 식의 보도밖에 할 수 없는가. 바람직한 선거보도는 무엇인가. 보다 나은 한국일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난주 한국일보에 게재된 선거기사의 특징과 문제점을 살펴보도록 하자.
한국일보의 선거보도는 소위 「경마식 보도」로 일컬어질 정도로 선거이슈나 정치지도자로서 각 후보자가 가지고 있는 자격과 특성을 심층적으로 보도하기보다는 선거의 게임적인 면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 물론 이 점에서 다른 신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합동연설회」 「정당연설회」 「개인유세」 「4·11하이라이트」 「4·11현장」등은 투표예측을 통한 특정 정당 또는 특정 후보의 승패여부, 유세장 또는 선거구(민)의 분위기, 각 후보자의 선거전략, 선거자금 등 선거의 게임 측면을 주요 관심사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에 반해 각 후보자가 선거이슈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입장, 각 후보자의 개인적 성향과 정치지도자로서의 자격과 자질, 각 후보자의 사적·공적인 경력과 선거이슈가 등장하게 된 배경설명 등 선거의 본질적인 정보를 소홀히 다루고 있다.
선거를 게임처럼 보도하는 것은 많은 문제를 야기시킨다. 특히 지역별로 지역구의 판세를 분석하고 있는 「4·11 광역판세」는 망국적인 지역감정 문제를 재발시킬 소지가 크다. 지역감정을 유발하는 기사가 반드시 지역적 편파성을 가지고 선정적일 필요는 없다. 지역별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이 이길 것이라는 내용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지역감정을 자극할 수 있다. 선거 때마다 지역감정 문제로 시달려 온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지역별 특정 정당의 득표예상 등을 보도할 때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선거보도가 정치 가십기사로 전락해버린 느낌을 받는다. 선거보도가 모 후보는 이런 말을 했다, 다른 후보는 저런 행동을 했다 등 개인의 언행에 초점을 맞추다 보면 주요한 선거쟁점과 후보자의 자질을 엄정하게 평가할 지면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선거보도를 정치 가십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신문의 공신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선거보도는 자조적인 논조를 취해서는 안된다. 선거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때 신문은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4·11 눈」(4월1∼3일자)은 노인 유권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선거를 비난하고 있는데, 자조적인 논조가 엿보인다. 『무엇 무엇을 해야 한다』는 식의 규범적인 논리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실현가능성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주는 한국일보가 되었으면 한다.
한국일보의 선거보도중 가장 불필요한 기사는 「말 말 말」이다. 이 기사는 특정후보자의 말을 나열하고 있는데, 왜 이 「말」을 기사화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말이기도 하거니와 그 의미도 잘 전달되지 않는다. 특히 「전라충청도 브레이크라면 부산-경남은 액셀러레이터」(4월4일자)라는 제목은 기사의 성격상 부적절할뿐 아니라 지역감정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불필요한 기사는 한국일보의 위신을 떨어뜨릴 소지가 크다.
최근의 선거는 「대중매체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신문등 대중매체가 선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 신문은 선거를 독자에게 생동감있게 전달하기 위해 극화시키거나 행동적인 측면을 강조하여 선거이슈의 중요성보다는 「이야기거리」가 될 수 있는 사건을 주로 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선거가 제대로 치러지고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도록 한국일보는 유권자에게 선거와 관련된 뉴스와 사설을 올바르게 제시하여 정치토론의 장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최현철 고려대교수·미아이오와대 언론학박사>최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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