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잇단 도발 사전 치밀한 계산”/3일연속 군투입 등 다목적 전술/남측 총선코앞 시기선택엔 의문잇따른 전쟁위협발언에 이은 비무장지대 불인정 선언과 중무장병력의 판문점 투입의 연 3일째 되풀이, 그리고 남북대화 제의,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전쟁불원 발언등 북한의 대남공세는 외견상으로는 무원칙하고 다양해 보인다.
그러나 외양상의 돌출적 성격과 심한 편차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움직임은 정교하게 짜여진 스케줄에 따라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북미 핵협상 당시 면밀하게 긴장수위를 조절해가며 3년여의 협상과정을 주도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정말 전쟁을 하겠다면 3일간 무력시위를 해가며 요란한 선전을 할리가 없다』고 말했다.
최근의 한반도 상황은 북한이 4월중으로 처리해야 할 대내·대외적 상황과 깊은 연관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대외적으로는 대미 미사일·미군유해송환 협상, 대내적으로는 4·15 김일성 생일과 4·25 조선인민군 창건 65주년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 긴장조성 및 이에 관한 김빼기식 양면전략은 굵직한 사안들을 위한 사전정지작업 으로서 이미 예고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도 북한의 비무장지대 무력시위가 지난달 두차례에 걸친 북한의 비무장지대 관련조치 시사 발언과 관련해 이미 예정된 수순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정치적 블러핑(허세) 성격이 강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단지 북한이 시기적으로 총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시기에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는 점이 다소 의아스럽다. 그러나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방한이 16일로 결정되고 위조달러 사건개입 의혹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이미지가 급격히 악화했다는 등의 요인이 시기를 앞당기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다.
대남위협과 한반도 긴장조성은 북한이 대미 관계에서 애용하는 단골 메뉴다. 북한은 북·미관계가 남북관계의 개선을 전제로 추진돼야 한다는 한·미 양국의 기본 입장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북한은 한반도에서 일정수준 긴장을 고조시키고 그 책임을 우리측에 전가함으로써 북한이 일관되게 주장해온 대미 잠정(또는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대화의 당위성을 인식시키려 해왔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의 남북대화 원칙(한반도내 당국자회담, 대남비방방송금지)에 어긋나는 북경접촉을 제의, 남북관계 개선에 성의를 표시했다는 명분을 축적하려 하고 있다. 한마디로 한반도에서 큰 소리를 내고 실리는 미국에서 챙기겠다는 성동격서전략이다.
북한 내부에서도 경제난과 식량난등으로 체제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시점에서 4·15, 4·25 경축행사를 치러야 할 김정일로서는 바깥으로 이목을 돌릴만한 특이 상황이 필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는 강경파들로 구성된 군부의 기호와도 맞아 떨어진다. 김정일은 올들어 빈번히 전방부대를 시찰하며 군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따라서 북한이 북·미협상과 내부 행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여러형태의 무력시위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그러나 그 수준은 허다했던 기존 정전협정 위반사례를 넘어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엔주재 북한대표부의 관리는 『북한의 3일째 계속되는 무력시위는 기존의 정전협정을 잠정협정으로 대치하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전쟁발발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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