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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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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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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은 꿈의 낙토」「팔자를 고치는 길은 남한에 가는 것 뿐―」 작년 가을 서해안으로 밀입국하려다 적발된 한 중국거주 조선족의 수첩에 적혀 있던 내용이다. 당시 이를 발견한 세관원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 말한 바 있다. ◆5일 새벽 부산 앞바다에서 1백26명이나 되는 대규모 밀입국 조선족이 우리 해경에 붙잡혔다. 그동안 적발된 밀입국자는 많아야 10명 내외인 것이 고작이었다. 또 94년에 4회에 걸쳐 95명, 95년엔 11회에 3백15명이 붙잡혔으나 올 들어서는 벌써 6회에 2백10명에 이르고 있는 것들이 심상치 않음을 말해주고 있다. ◆검거직전 2명이 흉기로 저항하다 부상까지 당했고 공해상에서 이들을 갈아 태우고 온 한국인 선원 4명은 도망하기까지 했으니 수단과 방법도 더욱 대담해지고 있다. 밀입국 알선료도 지난해 보다 20% 가량 뛰어 한사람이 5만원(원·한화 5백만원)으로 현지의 근로자 월평균 임금 10년치에 해당한다. 이중 1만원을 계약금으로 내기 위해 집·논·밭을 파는 것은 보통이고 빚까지 얻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말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고서도 성공한 케이스가 없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밀입국 성공자를 일컫는 「영웅」 칭호까지 생겨났다는 것인데 식당이나 공장 기숙사에 들어가 먹고자고, 월 50만원만 받는게 목표라고도 말한다. 그러면서도 도중에 적발되어 벌금(1백만원)까지 내고 송환된 경우가 허다한데도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딱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국내엔 4만여명의 불법체류 중국조선족이 있고 우리 조선족이 많은 중국 동북3성에만 1백50여 브로커 집단이 성업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술한 단속에 중국 현지의 홍보부족, 국내에서의 싼 임금 근로자 선호 탓이 원인으로 지적되었지만 밀입국 「영웅」들에 대한 대책이나 개선의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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