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모양처 → 미씨족 → 독신여성 내세워/최근엔 가정·자아 조화 신현모양처형도세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자. 광고에 나타난 여자들의 모습은 급변하는 시대의 다양한 여성관을 보여준다. 가정을 중시하는 「현모양처」라는 전통적인 여성상에 반발하는 듯한 「미씨」족을 앞세운 광고가 나타나더니 요즘엔 가정과 자아를 조화시키려는 「신현모양처」와 아예 인생에서 남성을 배제시킨 「독신여성」을 내세운 광고가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나타난 두가지 여성상은 현모양처와 미씨를 조화시키거나, 한쪽으로 특화시킨 셈이다.
우선 전통적 현모양처의 위력은 여전히 대단하다. 가정의 의미가 사라져가는 요즈음 제일기획이 만든 삼성생명의 「효」시리즈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켰다는 말을 듣는다.「가족에게 한평생을 바친 당신을 어머니라고 부른다」는 어머니편, 「당신은 또 한 분의 어머니입니다」라는 며느리편은 전통여성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대방기획의 경동보일러 효심시리즈도 성공작으로 꼽힌다. 추운 날씨에 황태덕장에서 일하는 어른들을 생각하며 「여보 아버님댁에 보일러 놓아드려야겠어요」라고 남편을 설득하는 며느리는 아름다울 수밖에 없다.
94년 「나는 미씨」(그레이스백화점)라는 구호와 함께 등장한 미씨광고는 스스로의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신세대주부에게 호소력을 가진다. 서울광고의 남양스텝로얄공고는 미니스커트에 워커부츠를 신고 가슴에 아이를 안은 주부를 등장시켰고 제일기획이 만든 한미약품의 알로에마인 광고에서는 청바지에 배꼽티를 입은 주부가 「다시 처녀로 돌아가자」고 외친다.
자기주장이 강한 미씨의 잠재의식은 독신으로까지 발전했다. 자아실현을 위해서 아예 남성과의 단절을 선언한 것이다. LG애드의 이자녹스광고는 남자와의 데이트를 깔아뭉개고 느긋하게 봄을 즐기는 여자를 내세워 홀로서기를 강조했다. 「프로는 아름답다」는 신원베스티벨리를 비롯 여대통령 여형사등을 등장시킨 화장품광고들도 같은 맥락이다.
미씨와 현모양처의 대립을 슬기롭게 조화시킨 신현모양처도 등장했다. 제일기획이 만든 삼성전자의 기업광고에는 전업주부가 9시면 가사일에서 퇴근한다는 새로운 접근법을 선보였다. 미씨의 반란에 대해 전업주부들이 반론을 제기한 것이다. 기획자인 삼성전자 림광주팀장은 『여자들은 가족을 위한 삶과 자신을 위한 삶, 둘다 포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 광고에 착안했다』고 말했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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