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를 찍어야하나,분명한 선택을4·11 총선은 얼마나 중요한가. 단지 3김씨에게 중요한가, 국민에게도 중요한가. 투표는 인물본위로 해야 하나, 아니면 선거후 3김의 세력판도를 염두에 두고 정당본위로 해야 하나. 또는 당락이상의 의미가 담긴 정치운동과 선거운동을 동시에 펴고 있는 반3김 노선의 「괜찮은 후보들」을 지원해야 하나.
유권자들은 마지막 저울질을 하고 있다. 이꼴 저꼴 다 보면서 약아질대로 약아진 유권자들은 이제 정치판 속셈을 속속들이 꿰뚫어 보고 있다. 어차피 정치가들이란 이해득실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무리들이고, 정치발전에는 월반이 없는듯 하니, 불만속에서도 상대적으로 나은 정당과 후보를 선택할수밖에 없다는 것이 유권자들이 내린 결론이다. 이제 더이상 정치인들에게 속거나 이용되거나 환상을 품는 사람은 없다.
선거이전 마지막 토요일인 6일, 서울 광진을구의 합동유세장인 자양고등학교 운동장에는 대부분 여섯후보의 관련자들로 보이는 청중이 찬 비를 맞으며 연설을 듣고 있었다. 날씨가 나쁜 탓이기도 하지만, 순수한 청중을 운동장으로 불러낼만큼 선거열기가 달아오르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지역에서는 2선의 현역의원인 「청문회 스타」, 「세탁소집 둘째딸」로 태어나 「한국의 대처」를 꿈꾸는 전직 여성판사, 언론인으로 탄탄한 경력을 쌓은 전직 신문기자, 잘 알려진 영화배우등 다양한 후보들이 겨루고 있다.
『여소야대가 되면 나라가 흔들린다구요? 천만의 말씀, 여소야대가 돼야 국회가 제 구실을 하고, 나라가 잘 됩니다. 청문회스타, 국감스타인 저를 국회에 보내주셔야 김영삼청문회가 제대로 열립니다. 6억은 뇌물, 20억은 떡값, 대선자금은 한푼도 안받았다니 무슨 어린애 장난입니까. 청문회에서 샅샅이 밝히겠습니다…』
『만약 청문회가 열린다면 누가 제일 잘하겠습니까. 신문기자 출신인 저를 따라갈 사람이 있겠습니까. 나는 김씨들 뒤나 졸졸 따라다니는 국회의원 안하겠습니다. 지난 삼십년동안 김씨들이 한 일이 도대체 뭡니까. 저는 기자정신을 살려 여당안의 야당으로 여당을 채찍질하는 국회의원이 되겠습니다…』
『김영삼 대통령을 19년이나 모셨다는 장학로가 무슨 생각으로 수십억을 먹었겠습니까. 그것은 돈을 한푼도 안 받겠다는 대통령의 말을 그가 믿지 않았고, 측근을 처벌하리라고도 생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9년간 모셔온 사람도 안믿는 대통령을 국민이 믿겠습니까. 측근도 바로 세우지 못하는 대통령이 역사를 바로 세우겠습니까. 나의 법관 경험으로 볼때 「내가 직접 받은 대선자금은 한푼도 없다」는 대통령의 말은 누군가 받기는 받았다는 간접시인입니다. 빨리 자백하지 않으면 죄질은 점점 나빠지고 형량은 점점 무거워집니다…』
최근 북한의 심상치않은 동향도 유세장의 관심사였다. 『북한은 예측할수 없는 위험한 집단입니다. 북한에 대응하려면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라고 여당후보가 외치자 그의 지지자들은 운동장에서 『뭉치자!』라고 화답했다. 그러나 반대자들은 『우리에겐 60만 대군이 있다』 『이 정부가 북한을 다룰 능력이 있는가』라고 외쳤다.
연설이 끝난 후보의 지지자들이 계속 빠져나가면서 비내리는 운동장은 점점 싸늘해졌다. 어떤 정당 어떤 후보도 유권자들의 마음을 흔들지 못하는 선거, 정치판의 꿍꿍이속을 국민이 손금보듯 들여다 보는 선거, 선거후의 이합집산을 대개 짐작하는 선거…정치에 걸던 꿈이 사라진 유세장, 유권자들은 신이 안나는 얼굴이다. 그러나 신이 나든 안나든 선거의 주인은 유권자다. 앞으로 사흘, 주인들의 저울질은 정확하고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고 서로 다짐해야 할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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