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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호 회고전」 본사후원 15∼27일 예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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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호 회고전」 본사후원 15∼27일 예화랑

입력
1996.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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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상주의 최고봉과 만난다/자유분방한 붓질로 자연 재해석/50∼80년대 후기작품 40점 선봬우리나라 인상주의화단의 최고봉이며 남도작가의 대부인 고 오지호(1905∼1982)화백의 작품이 한 자리에 모인다. 예화랑 주최, 한국일보사 후원으로 15∼27일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542―5543)에서 열리는 「오지호회고전」은 85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회고전이후 11년만에 갖는 전시로 오화백의 기량이 완숙기에 올랐던 50∼80년대의 작품 40여점을 선보인다.

정통인상주의화풍을 고수한 그의 작품은 50년을 기준으로 찬란한 빛과 색채의 하모니가 두드러진 전기, 빛과 자연에 대한 외경이 두드러진 후기로 구분된다. 이번에 전시될 후기작품들은 자유분방하고 과감한 붓질로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을 새롭게 해석하고 있다. 그는 복잡하고 섬세한 묘사보다 전체를 하나의 커다란 색덩어리로 처리, 자연이 주는 강렬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조선대 회화과교수를 역임한 그는 국전 서양화부 심사위원장과 예술원회원을 지냈고 구상회화선언과 한자교육 부활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제자에 황영성 강길원 최쌍중씨등이 있으며 장남과 차남인 오승우 오승윤씨가 화맥을 잇고 있다.<최진환 기자>

◎오지호의 작품 세계/“화폭영롱한 생명본성의 표출/진정한 전인으로서의 예술가”

오지호선생을 떠올릴 때마다 이중사되어 느껴지는 인물이 있다. 프랑스의 폴 발레리이다. 얼굴모습이 비슷하다거나 시늉이 닮았다는 육체적인 유사성은 아니다. 생각하는 문법 또는 느끼는 방식이 유사하다는 뜻이다. 오지호를 화가라고 말할 경우 오지호의 한 부분을 의미할 수는 있지만 그 전체상은 아니다. 그는 일본의 미술학교를 나왔고 많은 그림을 그렸다. 미술관계의 일도 많이 했다. 그래서 그를 화가라고 부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직업적인 호칭만으로 그를 이해하는데는 미진한 부분이 많이 남게 된다.

「예술은 생명의 본성의 실현」이라는 게 그의 예술관이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다. 그가 말하는 「생명의 본성」은 그러면 무엇인가. 장황한 언설이 불필요하다. 바로 그의 그림(작품)이 그의 「생명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그의 그림을 눈으로 확인하는 게 그의 「생명의 본성」을 인식하는 게 된다.

발레리는 「모든 예술은 그 근저에 언어충동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문학, 음악, 연극, 미술, 무용등 오늘날 독자적인 분야로 나뉘어진 모든 장르는 다시 인간정신의 단일사로 고쳐질 것」이라고도 말했다. 상징적 동물로서의 인간은 언어적인 존재이며 이러한 뿌리로부터 유발되는 인식의 차원에선 모두가 공익의 신탁을 「언어충동」에 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진심은 표현하기 어렵다. 표현하기 어려운 게 표현의욕을 부추긴다. 사랑의 고백이 어려운건 이 때문이다. 사랑이 진하면 진할수록 그 고백은 거의 절망적이다. 진심은 수사의 겉치레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그래서 사랑의 고백은 더욱 어렵다. 근대는 이러한 벙어리 냉가슴들에 의해서 유발된 것이었다. 오지호의 「생명본성의 실현」은 이것을 뜻하는 것이었다.

「어떠한 지성도 한 번은 감성을 통해서 지각된 인식의 총화이다」라는 게 발레리의 근대정신이다. 감각이 선행되지 않은 지성은 무용하다는 뜻이다.

호남평야의 융숭한 볕을 안고 자라난 오지호의 감성은 그의 「생명의 본성」의 기조이며 이러한 뿌리로부터 자생한 그의 사상이 그의 언어이다.

개성의 송도고보 교사시절 관찰자의 입장에서 객관적 회화의 계보인 「인상파」를 실험한 바 있는 그는 이후 표현주의경향의 회화로 일관한다. 그것은 그의 「생명의 본성」인 감성의 유로를 떠흐르는 지성의 항로로 비유된다. 이러한 언어감각의 소유자는 언문이치의 문화적 부채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그는 진정으로 탁월한 언어사상가였다.<유준상 평론가·예술의전당 전시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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