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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DMZ 불인정 파문­미국의 분석·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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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DMZ 불인정 파문­미국의 분석·대응

입력
1996.04.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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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협정 체결 압력용… 일단 관망”/클린턴,방한통해 “한국중시” 강조/일각에선 “정전협정 변화 불가피”미국정부는 북한이 5일 「비무장지대 불인정」선언에 이어 6일 무장병력을 공동경비구역(JSA)에 일시 투입한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면서도 즉각적인 대응책을 내놓지는 않고 있다.

북한의 이번 행동은 클린턴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북·미 잠정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압력용으로 저지른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그들의 추후 행동을 예의주시하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는 게 미국관리들의 설명이다.

윈스턴 로드 미동아태담당 국무차관보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번 사태는 「정전체제 와해를 위해 북측이 지난 수년동안 전개해온 조직적인 캠페인」의 일환이라는 것이 미행정부의 분석이다.

북한은 94년 정전협정에 대해 일방적인 「사망선고」를 내린 후 이를 평화협정으로 대체할 것을 미국측에 끈질기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그들이 이번 처럼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기는 처음이다.

클린턴행정부는 북한이 미국과의 핵협정을 준수하는 화해 제스처를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정전체제를 파기하는 대치국면을 조성하는 「양궤도 전략」을 구사하는 데 대해 결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행정부 관리들은 북한이 파기를 시도하고 있는 정전협정이 「뇌사상태」(Brain Dead)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남북대화가 중단된 마당에 북·미 평화협정같은 쌍무협정 체결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클린턴행정부는 북한이 2월에 잠정협정 체결을 공식제의하자 이를 한미간 이간 술책으로 간주하고 거부했다.

미국은 오히려 「한국 중시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클린턴 대통령의 이달 일본 러시아 방문일정에 한국 방문을 추가했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전협정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미국내 조야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례로 클린턴행정부의 대북한 정책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해온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차관보는 현재의 휴전체제를 대체하기 위해 남북한과 미국이 함께 참여하는 3자회담 개최가능성을 심각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의했다.

그는 북한이 핵협정을 충실히 이행해가고 이에따라 북·미 양국이 연락사무소를 상호개설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면 남북한 및 미국등 3국은 판문점의 제한적개방을 비롯한 신뢰구축 방안을 시발로 새로운 평화보장 체제 구축을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그는 조만간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턴행정부로서는 그러나 이같은 장기적 정책구상에 앞서 북한측이 정전협정 파기를 위한 일련의 군사도발을 계속하는 경우에 대비한 단기적 시나리오 마련에 한층 골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

◎일·중·러 주변3국 입장·표정/일­“평화협정 실현까지 더 강경행동 가능성” 연일 촉각/중­“새 체제 합의전엔 정전협정 유지해야” 우회적 반대/러­반대 공식표명속 대북 경제공동위서 자제촉구 예상

▷일본◁

북한의 비무장지대 불인정 선언이후 일본 언론들은 북한측 발표와 한국의 대응을 5·6일 연일 1면 또는 국제면 주요 기사로 일제히 다루면서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와 언론은 북한의 이번 조치가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독촉하는 독특한 전술이라며 무력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의 기능이 상실됨에 따라 우발적인 이변이 우려되는 사태라고 분석하고 있다.

또 일부에서는 북한의 강경조치가 총선 직전인 한국 사회의 동요, 일본과 경쟁중인 월드컵 축구대회 유치 방해공작, 체제위기를 막기 위한 내부단속등 복합적 노림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은 북한의 이번 행동이 남북한간 무력충돌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평화협정체결 요구에 대해 미국이 거부자세를 계속 견지할 경우 북한은 더욱 강경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아 자칫 우발적 충돌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산케이(산경)신문은 「국제적 무법을 계속하고 있는 북한」이라는 제목의 6일자 사설에서 『북한은 국제협정을 일방적으로 무시·파괴하는 등 건국이래 빨치산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군사적 긴장감을 재료로 하는 외교는 불신감만 강하게 할 뿐』이라고 비난했다.

또 일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적기)는 북한의 조치가 『한반도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원하는 국제여론에 역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도쿄=박영기 특파원>

▷중국◁

중국 외교부는 5일 북한의 비무장지대 불인정선언에 대한 중국입장을 묻는 질문에 새로운 한반도 평화보장체제가 마련될 때까지 정전협정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종전의 자세를 재확인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에 대한 우회적 반대의사 표명으로 해석될 수 있는 중국의 이같은 반응은 그러나 6일까지 CCTV등 어느 관영 언론매체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북한의 비무장지대 불인정 선언 사실도 신화통신과 CCTV에서만 논평없이 보도했을 뿐이다.

남북한 문제에 관해서는 극도로 신중한 중국정부이지만 북한이 정전협정을 무력화시키려는 시도에 대해서만큼은 지금까지 일관되게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다. 최근 전기침(첸지천) 부총리 겸 외교부장은 방중한 공로명외무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보장체제 구축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정전협정이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는 종전의 입장을 되풀이 표명했다.

이같은 중국정부의 자세에 비추어 볼 때 중국은 이번 북한 조치를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북한의 이번 조치에 앞서 중국 외교부의 한 고위관리는 『정전협정 파기문제는 정전협정 당사국인 중국과도 협상을 해야 한다』는 태도를 밝힌 바 있다.<북경=송대수 특파원>

▷러시아◁

러시아는 북한의 비무장지대 불인정선언에 반대입장을 공식 천명하면서도 내심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러시아는 일단 11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북한―러시아 경제공동위에서 북한측에 더이상 도발적인 태도를 취하지 말 것을 설득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비탈리 이그나텐코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러시아측 고위대표단에 한반도 문제를 총괄하는 알렉산드르 파노프 외무차관이 포함돼 있어 양국간에 상당한 수준의 정치외교적 의견교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외교실무진들은 북한의 이번 선언을 미국에 대한 「대화촉구 카드」로 풀이하고 있다. 북한은 이달 중 개최 예정인 미국과의 미사일 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어떤 식으로든 한반도 상황에 관한 대화를 하기 위해 긴장을 조성했다는 것이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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