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에게 있어 가장 무서운 것은 국민의 심판이다. 선거때 국민의 선택은 곧 신의 소리이며 신의 심판이기 때문에 나는 총선거때마다 선거에 처음 출전하는 후보처럼 두려움과 겸허한 마음으로 나서곤 했다』60년간 하원의원을 지내 「영국의회의 아버지」로 추앙받던 윈스턴 처칠이 마지막 의정생활시절 후배의원들에게 한말이다.
선거는 국민의 대표를 민주적으로 뽑는등 여러가지 의미가 있지만 다음 두가지가 대표적이다. 하나는 지난 4년간 쌓였던 각종 찌꺼기들을 쓸어내는 일이다. 선거때면 감정, 불만, 울분, 욕구, 기대등이 일거에 분출되며 시원한 폭우가 산계곡의 오물들을 쓸어내듯이 국민의 심판으로 제거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낡은 정치의 틀과 수준, 즉 체질을 개선하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지난 48년간 수십차례의 각종 선거를 치렀지만 단한번도 이같은 두가지 뜻을 제대로 실현한 적이없다. 선거를 불법 부정의 잔치로 만들어 찌꺼기를 제대로 해소시키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국민적 불화, 불신, 분열을 초래했고 정치는 여전히 구태를 벗지못했다. 이는 선거를 국민의 선택, 신의 선택으로 보지않고 오로지 상대당과 후보를 적으로 규정, 사투를 벌였기 때문이다.
2년전 여야가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돈 안드는 엄격한 영국식의 선거법등 정치개혁법을 통과시켰을때 국민들은 실로 오랜만에 정치권이 반성, 자기쇄신에 나설 것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작년 6·27지방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한 대신 정계를 은퇴했던 김대중총재가 이를 뒤집고 또 집권당에서 밀려난 김종필총재가 각기 재기에 성공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3김 모두가 팔을 걷어붙이고 선거에 나선 것이다.
자신들이 만들었던 정치개혁법의 당내민주화와 지역구대의원, 당원에 의한 의원후보 선출등을 묵살한채 3김씨가 후보들을 직접고르고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함으로써 총선후 정국주도및 대통령선거와 관련, 3김이 「경쟁」아닌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3김뿐인가. 중간지도자와 의원들까지 패배때는 정계에서 탈락내지 사망이란 인식때문에 여러 당과 후보들은 폭로, 비방, 흑색선전, 금전살포등을 구사하여 선거분위기가 날로 황폐화하고 있음은 개탄할 일이다.
실제 선거결과는 3김과 중진들의 총선후 입지와 위상을 좌우한다. 우선 신한국당이 과반수이상을 얻는 여대야소가 될 경우 김영삼대통령은 레임덕현상을 최소화하고 강력한 통치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당을 완전하게 장악할 수 있다. 임기막판까지 강력한 통치력을 구사할수 있을 뿐더러 당을 대폭 개편하며 무엇보다 대통령후보도 자신의 기준과 원칙에 따라 여유있게 고를 수가 있게 된다. 반면 야당은 패배에 대한 책임론속에 김대중·김종필총재의 지도력과 입지는 크게 위축될것이며 대선4수·재수에 대한 비판과 도전까지 고개를 들게 될 것이다.
한편 13대 총선때처럼 여당이 과반수확보에 실패하는 여소야대가 될 경우 김대통령의 통치권과 당지도력은 약화할게 분명하다. 거대여당은 각계파, 각 중진들간의 책임론과 함께 당이 흔들릴 여지가 많으며 이경우 다수당이된 야당의 견제로 국정운영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정치적부담이 증폭된다. 무엇보다 김대통령의 대권후보선정은 매우 힘들게 될 것이다. 반대로 다수당이된 두김씨는 선거결과를 국민의 동의로 내세워 대선출마를 공언하면서 의회운영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여대야소가 되건 여소야대가 되건 정국순항과 정국주도를 위해 대소정당간에 이합집산하는 소위 정계개편을 추진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엄밀히 보면 정계개편은 국민의 뜻에 역행하는 일이다. 선거결과는 국민이 그대로 정치를 하라고 그려준 구도이지 이합집산하라고 표를 던진 것이 아닌 것이다.
이제 3김전쟁의 심판관은 국민이다. 지도자와 정치인들에게 공명선거 정책 경쟁등을 역설해봤자 우이독경이므로 국민이 선택해야한다. 무슨일이 있더라도 오로지 이겨야 한다는 생각들 뿐이다. 3김전쟁이 마지막이 될 것인가 여부는 국민에게 달려있다. 3김구도의 지속을 인정할 것인가, 세대교체와 정치의 체질개선을 추진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잘못선택한후 후회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 금품살포, 비방, 흑색선전, 공약남발과 지역주의선동등 탈법과 변칙운동행태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이번만은 정신차리고 올바른 심판을 내려야한다.<논설위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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