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의 사고·국가적 속성 냉정한 관찰/연변생활·고구려·발해유적 서설 “깊이”중국은 어떠한 나라이며 과연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역사적으로 일본보다도 더 가깝고 익숙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문은 언제나 새롭게 제기된다. 중국은 우리에게 많은 문화를 가르쳐 주었지만 여러 차례 침략의 고통을 안겨준 일도 있다. 6·25전쟁때 남의 나라일에 깊숙이 개입한 그들은 요즘 대만사태에 대한 외국의 관심을 내정간섭이라고 격렬히 비난한다. 중국인을 만나면 언제나 그들은 친밀감을 표시한다. 그러면서 꼭 우리가 기자의 후예임을 확인시킨다. 이러한 확인의 이면에는 그들의 문화적 우월감과 대국의식이 자리해 있다. 이렇기 때문에 중국은 우리에게 불가사의한 존재이다. 다정한 형님같으면서도 어려운 집안 아저씨같은, 결코 선입견으로 단순히 규정할 수 없는 나라가 중국이다.
시중에는 이 간단치 않은 나라를 설명하기 위한 소개서, 안내서, 지침서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책들의 수준은 저자의 관심방향, 사고의 깊이, 체류기간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신형식교수 의 「중국은 한 나라가 아니었다」(솔간)를 즐겁고 유익하게 읽었다. 이 책은 저자가 1년동안 연변(옌볜)대학의 연구교수로 있을 때 주로 만주지역을 중심으로 답사여행을 하면서 느낀 소감과 단상을 피력한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우선 우리가 궁금히 여기는 중국인의 정체 즉 그들의 사고방식, 생활습관, 국가적 속성등에 대해 언급한다. 여기에서 역사학자인 저자의 냉정한 관찰력이 기민하게 작용한다. 평등하나 획일적, 기계적인 사회, 개방적이나 전통의 권위가 엄존하는 사회, 이것이 저자가 보는 중국사회이다. 저자의 식견과 안목은 이 책의 후반부인 연변의 생활과 고구려, 발해유적에 대한 기술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중국인이면서도 우리 민족인 조선족의 처지와 실정에 대해 저자는 깊은 관심과 이해를 표명하면서 우리의 허세와 퇴폐의식이 야기한 연변의 변모에 대해 개탄한다. 우리의 시오니즘의 본향같은 만주 일대의 고구려 발해유적을 답사하면서 저자는 곳곳에서 민족의 숨결과 뿌리를 확인하고 다시 한 번 우리에게 장려했던 당시의 모습을 그려보인다.
결국 이 모든 체험을 통한 저자의 깨달음은 만주일대의 역사적 현실처럼 중국은 결코 종족적, 문화적 통일체로서의 「한 나라」가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의 재확인이다. 이러한 깨달음을 마치 무릎걸음으로 다가오듯이 친근감있는 문체로 이끌어 내는 데에 이 책의 또 다른 묘미가 있다 할 것이다.<정재서 이화여대 중문과교수>정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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