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의문 제시영화 「거미의 계략」은 우리에게 「마지막 황제」로 잘 알려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70년도 작품이다. 주인공인 아토스 마냐니 2세는 고향 마을인 타라를 방문, 반파시스트운동의 선봉에 섰다가 암살을 당해 추앙받고 있는 아버지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추적해간다.
그 과정에 자신의 아버지 아토스 마냐니 1세가 실은 변절자이며 신화는 조작된 것임을 알게된다. 그러나 주인공은 역사 기록의 허구 속에서 타라의 영웅으로 왜곡되어진 아버지의 삶의 정체를 사람들에게 알리지 못한채 혼란속에 마을을 떠난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 들어가는 미스터리극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베르톨루치는 단순히 관객의 호기심과 긴장감을 이끌어 내는데 주력하는 대중적 영화장치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 대신 진실과 허구, 현재와 과거의 세계를 끊임없이 넘나드는 이야기, 마침표 없는 결말, 영화전체의 분위기를 신비롭게 이끄는 감성적 언어가 밴 독특한 영화스타일을 통해 조용히 이야기한다. 혁명적 상황에 대응하는 인간의 열정과 나약함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그 질문에 차분히 동참하게 한다.
베르톨루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와 자신의 정치적 관점을 독창적 스타일을 통해 그려내는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거미의 계략」에서 그는 거짓된 신화의 계략을 구성하는 공간적 배경을 타라마을로 정하고, 미로 속에 빠진 듯한 인물과 실타래처럼 얽혀있는 시간의 개념을 절제된 대사로 풀어나간다.
정제된 색채의 사용, 쉴새없이 움직이는 리듬감있는 카메라, 과거와 현재를 과감하게 허무는 편집등을 통해 현대영화가 추구하고 있는 새로운 내용과 형식의 조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 살인자는 누구였으며, 과거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다루고 있으나 베르톨루치가 정작 그리고자 했던 것은 우리 인간들의 정체성에 관한 탐구이다. 즉 『우리가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과 삶의 진실된 의미는 과연 어떠한 것인가』라는 질문이다.<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