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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지원은행(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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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금 지원은행(장명수 칼럼)

입력
1996.04.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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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서울시립대의 한 학생이 등록금을 마련못해 학교 건물에서 투신 자살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그는 학교식당에서 접시를 닦고 동아리 방에서 숙식하며 어렵게 공부했는데, 학비를 도와주던 목수인 큰아버지가 일감이 없어 등록금을 못보낸다는 연락을 받고 고민했다고 한다.등록금때문에 자살하다니 대학이 생명보다 중요하냐고 나무라는 사람이 많을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절박한 사정을 알았다면 도와줄수 있었을텐데 라고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사건이 신문에 실렸던 날 한 독자가 나에게 전화를 걸고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어렵게 공부했기 때문에 해마다 등록금 낼때가 되면 가난한 학생들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러나 게으른 탓에 한번도 누구를 돕지 못했어요. 평소에 나같은 사람들이 기부하는 돈을 모았다가 절박한 학생들을 도와주는 믿을만한 창구가 있었으면 합니다. 신문을 보고 너무나 가슴이 아팠습니다』

얼마전 독일에서도 같은 편지가 왔었다. 프랑크푸르트의 한글학교 어머니모임에서는 『등록을 못하는 중·고 입학생이 진학을 포기하지 않도록 돕고싶다』는 편지와 함께 150만원을 나에게 보내줬는데, 막상 그들의 뜻에 맞는 학생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몇몇 학교에 전화해 봤으나 입학생들의 가정형편을 미리 파악하기는 어렵고 일단 등록을 마감해봐야 알겠다고 말했다. 결국 평화신문의 도움으로 입학을 앞둔 소녀 가장을 찾아 그 돈을 전했는데, 장학금을 내려는 사람들과 그 돈을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연결해주는 다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한 대학의 장학금 업무 담당자는 『사실 요즘 웬만한 대학들은 장학금 사정이 그리 나쁘지는 않으나, 꼭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찾는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학생들은 열심히 장학금을 찾아 도움을 청하지만, 보다 절박한 학생들은 혼자 애태우다가 학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어려운 학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학교성적이 떨어지기 쉬우므로 성적과 관계없이 도와주거나 빌려주는 장학금들이 있는데, 형편이 너무 어렵다보면 공부를 계속할 의욕 자체를 잃는것이 문제라고 그는 말했다.

어려운 학생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그들은 낼수 있는 돈이 많지 않거나,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라서 행동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각급 학교나 종교단체등은 우리사회의 잠재적인 선의를 적극적으로 모아서 좌절하는 학생을 한사람이라도 더 도울 수 있었으면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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