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선거구가 「소지역주의」열병을 낳고 있다. 충남 논산·금산의 유세장 어딜 가도 『어디 사람이냐』는 말이 빠지질 않는다.금산출신 박찬중후보(무소속)가『금산은 버림받은 고아』라고 하면 유한렬후보(신한국)는 『금산의 자존심을 지키자』고 맞장구치고 강희재후보(민주)는 『논산에 가서 머슴살이를 해야할 처지』라고 한술 더뜬다.
반면 금산으로 유세를 온 논산출신 후보들은 『금산선거구 독립』 『인삼산업 육성』등의 공약을 앞다퉈 내세우며 금산의 민심을 끌어 안기위해 안간힘을 쓴다. 김형중후보(국민회의)가 『선거법 협상때 우리당이 주장한 인구하한선 7만명이 수용됐다면 어러분에게 분노를 안겨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짓 점잖게 말하지만 거기에도 감정의 냄새가 섞여있음은 어쩔 수 없다.
후보들의 연설에 자극받았음인지 주민들의 반응은 더 격하다. 『논산×이 왜 금산에 와서 난리여』 『인삼에 대해 무얼 안다고 큰소리 치는게여』 『전북에 속해 있었으면 이런 꼴은 안당했을 것 아녀』
같은 현상이 논산에서도 벌어진다. 후보들은 논산의 자존심을 외치고, 주민들은 금산출신 후보들을 『당선되면 그날로 인삼밭으로 달려갈 사람들』쯤으로 치부한다.
『대한민국은 하나다. 국회의원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꾼인데 금산이면 어떻고 논산이면 어떠냐』 도포차림에 갓을 쓰고 수염을 휘날리며 등단한 권정수후보(친민)가 「호통」을 쳤지만 청중들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는 듯 했다.
예부터 평화롭던 두지역에 지역바람을 몰고온 통합선거구. 민심을 안정시켜야할 제도가 괜스레 민심을 할퀴고 있다.<논산·금산=전성우 기자>논산·금산=전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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