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정전체제 무력화 또 “술수”/최근 잇단 대남위협 연장선에/미·일 접근 위한 압력 전술 분석북한의 비무장 지대 관리임무 포기선언은 정전협정 체제 파기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시작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담화가 최근 계속된 대남 위협 발언에 이어 나온데다 정전협정 파기를 알리는 구체적 경고라는 점을 감안, 하오 8시 긴급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여는 등 발빠르게 대응했다.
이번 담화는 북한의 대내·대남·대외 전략이 복합된 다목적·다면적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경제난으로 인한 주민들의 시선을 돌리고 대미 잠정협정 체결 제의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회의결과를 발표한 국방부의 박용옥정책실장은 『종전의 정전위 무력화 시도와 대미 잠정협정 체결제의, 지난달 29일 인민무력부제1부부장 김광진차수의 전쟁위협 발언 등을 모두 일관된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군사충돌 가능성과 관련, 박실장은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는 상식적 전제를 달면서도 『기존 방위태세에서 추가적인 대응조치를 취할 필요성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통일원의 한 관계자도 『이번 담화가 기본적으로는 대미 잠정협정 체결을 위한 지속적 압박전술의 일환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외교의 기본 방침은 대미, 대일 관계의 개선이다. 따라서 이번 담화는 한반도의 긴장분위기를 고조시킴으로써 이들 국가와의 관계개선 명분을 더해 보자는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는게 일반적 분석이다.
북한은 북·미 미사일협상을 앞두고 있으며 총선후 가속화할 대미 대일관계개선협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 북한은 이번 성명에서도 남한이 비무장지대에 군사시설물을 공개적으로 구축했다고 비난하는 등 책임을 우리측에 전가하는걸 잊지 않았다. 대화상대는 결국 미국이라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94년 4월28일 북한 군사정전위대표의 일방적인 철수를 시작으로 정전체제의 무력화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 이번 담화도 이같은 맥락에서 보면 당연한 수순을 밟은 셈이다. 제성호민족통일연구원교수는 『북한은 군정위대표 철수 이틀후에도 「정전협정의 당사자로서의 지위를 포기하겠다」 는 외교부 비망록을 유엔에 전달한 적이 있다』며 『북한이 정전협정의 전면파기를 이행할 경우 쏟아질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커서 정전협정 전체가 아닌 비무장지대와 군사분계선에 관한 제1조만을 문제삼은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은 담화에서 또 『판문점 공동경비구역과 비무장지대에 출입하는 우리측 인원들과 차량들에 모든 식별표지를 착용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정부의 한 관계자는 『식별표지를 안하더라도 군복이나 계급장, 또는 차량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상대방 구별이 가능하다』며 『비무장지대에서 마음대로 활동하겠다는 정도의 시위용 의사표시로 본다』고 말했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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