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커브의 경사길 때문인가, 운전사의 부주의 탓인가. 아니면 7년이나 된 고물버스 때문이었을까. 사고원인이 어디에 있든간에 21명 사망, 38명이 부상한 경기도 양평의 속칭 벼룩고갯길 시내버스 참사를 보면서 놀라움을 금하기가 어렵다.한동안 뜸했던 대형버스사고가 하필이면 장날, 그것도 학생들의 하교시간대에 60명 가량을 태운 초만원상태로 50의 벼랑을 굴러 4 깊이의 한강물 속에 처박히는 사고를 빚었으니 그 참상이 끔찍스럽기만 하다.
사고버스의 운전사가 숨져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혀내기가 쉽지 않겠지만 생존한 승객들의 말과 사고지점이 급커브 30도의 오르막길이었다는 현장상황으로 미뤄볼 때 사고의 직접 원인은 부주의 운전으로 추정해야 할 것 같다. 오르막 커브길을 속력을 내 달리다가 중앙선을 침범하자 갑작스럽게 반대로 핸들을 꺾은 것이 강변 벼랑길 옆 방호벽을 넘어 추락했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운전의 기본수칙을 무시한 데서 비롯된 참사인 것이다. 특히 대중교통수단인 시내버스의 운전사라면 남의 귀중한 생명을 생각해서라도 준법운행과 안전운행을 했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운전의 기본수칙도 지킬 줄 모르는 운전사에게 시내버스의 운전대를 맡겨야 할만큼 안전의식을 결여한 버스회사의 책임은 그래서 더욱 크다고 보게 되는 것이다.
또 사고지점의 도로를 관리하는 경기도와 양평군의 책임도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 이번 사고지점 부근의 도로가 남한강을 낀 커브와 경사가 심한 편도 1차선 지방도로인데 강쪽 길 옆의 시멘트 방호벽이 높이 30㎝밖에 안됐다고 한다. 차량의 도로이탈을 경고하는 수준에 그쳤다니 도로를 관리하는 행정당국의 안전의식 또한 부주의운행을 한 운전사의 수준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시내버스 대형사고야말로 안전의식이 전혀 없는 운전자의 부주의운행과 행정당국의 적당주의 도로관리가 어우러져 빚어낸 참사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의 교통사고 사망자가 일본·미국·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7∼9배나 많은 것은 고통안전시설의 태부족, 차량의 낮은 안전도로 인한 높은 치사률, 운전자의 법규준수의식 저조로 인한 불법·난폭·과속운전 및 국민들의 교통안전의식 결여 등 복합적인 원인을 꼽을 수 있다.
교통사고로 하루에 28명, 한달에 8백40명, 한해 1만명 이상의 국민들이 목숨을 잃고서야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교통사고 사망자를 대폭 줄이는 일에 예산과 행정력을 집중 투입해야 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