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서도 과거의 혼탁 양상이 되살아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대검찰청 공안부가 3일 발표한 선거사범 단속상황을 보면 지금의 선거운동이 과거에 비해 나아지기는 커녕 한층 더 과열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대검 발표에 따르면 3일 현재까지 총 4백56명이 입건되었는데 그중 후보자는 1백32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입건된 선거사범중 구속자는 57명으로 발표되었다. 지난 14대 총선과 비교해 보면 당시 같은 시점까지 입건된 3백32명(구속 18명)보다 37·3%가 늘어났고 구속자 수는 2백17%가 증가한 것이다.
처벌 법규가 강화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이 처음 적용된 국회의원 선거에서 이같이 위법 불법 사례가 오히려 증가했다는 것은 유감이다. 무섭기로 소문난 새 선거법도 맥을 못 추는 모양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법의 위반자들이 그들 뿐이라고 믿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입건된 4백56명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몰래 법을 어기고 있다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당국에 고소 고발만 당하지 않았을 뿐이다.
요즘 언론에 보도되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번 선거부터는 제발 없어졌으면 하고 바랐던 구태들이 빠짐없이 되살아나고 있는데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돈을 주고 유세장에 청중을 동원하여 자기 연설이 끝나면 퇴장하는 부끄러운 모습도 재현되고 있다. 비밀장소에 유권자들을 모아 놓고 금품을 주거나 향응을 베푸는 사례도 심심찮게 적발되고 있다. 동책 면책 통책 반책 등 공사 조직의 운동원들에게 돈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공공연한 비밀이다.
돈 선거만이 아니다. 저열한 비방, 근거도 없는 인신공격으로 선거판은 옛날과 다름없는 난장판으로 변하고 있다.
돈을 쓰지 않으면 떨어진다. 법을 지키면 낙선한다. 비방하지 않으면 당한다. 어느덧 이런 풍조가 선거판에 전염병처럼 만연되고 있다. 법정 선거비용을 지키고 언사에 품위를 지켜야 당선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쯤 되면 선거풍토 개혁은 이미 물건너 간 셈이다. 하지만 남은 1주일이라도 관계당국은 눈을 부라리고 지켜야 할 것이다.
검찰은 선거사범의 입건 숫자만을 내세울 일이 아니다. 지금까지 선거때마다 선거법 위반자를 수 없이 적발했다가도 선거만 지나면 흐지부지해 왔다. 이것이 무조건 당선만 되고 보자는 풍조를 조장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철저하고 가차없는 뒤처리로 혼탁의 주범들에게 철퇴를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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