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수기◁박미선 주부·서울 성동구 송정동
33세된 가정주부이다. 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감기몸살로 며칠씩 결석하곤 했다. 때론 목이 붓고 열이 나면서 팔다리가 쑤셨다. 병원에서는 편도선염이라고 했다. 중학교때 신체검사에서 심장에 약간의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23세때 갑자기 무릎과 팔다리가 쑤시면서 심한 열이 났다. 기침을 하면서 가래를 뱉어보니 피가 섞여 나왔다. 급히 병원을 찾아 ×선촬영과 심전도검사를 받은 결과 심장판막증이란 진단이 나와 며칠간 입원 치료했다.
26세때 결혼하고 1년쯤 지나 임신했다. 임신중에 몸이 붓고 숨이 차서 병원에 갔더니 후천성 심장병의 일종인 승모판 협착증이란 진단과 함께 임신상태를 지속하면 위험하다고 말했다. 특수심장검사를 한 뒤 수술할 것을 권고받았으나 호흡곤란 등 온몸의 무력증을 참으며 출산을 강행했다. 첫아기를 무사히 낳았지만 증상은 더욱 심해졌다.
다시 병원을 찾아 내과외래에서 진찰순번을 기다리는데 점잖고 잘 생긴 중년신사가 다가와 병명을 물었다. 좌심방과 우심방 사이의 막이 좁아져 혈액순환이 되지 않는 승모판협착증이라고 설명했더니 「그럴줄 알았다」고 맞장구쳤다. 그는 자신의 사촌여동생도 똑같은 병에 걸렸으나 시내 모처에서 체질에 맞는 민간처방약을 복용하고는 씻은듯이 나았다고 했다.
구세주를 만난듯 들뜬 기분에 즉시 그곳에 찾아가 약명미상의 조제약을 지어 먹었다. 그러나 며칠 뒤부터 심장박동이 불규칙해지면서 복수가 차기 시작했다. 편히 눕지도 못해 앉아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 주치의는 약에 들어 있던 부자가 저혈압 심전도장애 부정맥 등 심장독성을 일으킨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자는 급성독성을 일으키기 때문에 남미의 고산족은 화살촉에 부자를 발라 사냥에 이용한다고 했다. 다행히 수액과 산소 공급 등 심장응급소생술로 생명을 건질 수 있었다.
◎주치의 소견/류머티스성 열이 원인 수술로 치료
승모판협착증은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며 류머티스성 열을 앓은 뒤 10∼20년뒤에 주로 나타난다. 류머티스열은 5∼15세에 발병하는데 감기몸살이나 편도선염과 증상이 비슷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그러나 여성이 류머티스열의 치료를 소홀히 하면 결혼적령기에 이르러 병세가 급격히 악화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승모판은 폐에서 산소를 가득 채운 동맥피를 좌심실로 보내 전신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승모판에 협착증이 생기면 폐에 혈액이 고이고 숨이 차며 전신이 붓는 증상이 나타난다. 승모판 협착증이 계속 진행되면 뇌졸중의 원인인 심장부정맥이 발생하고 맥박이 불규칙해진다.
이 병의 치료에는 수술요법이 주로 사용되며 최근에는 인공승모판을 삽입하는 수술이 시행돼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이정균 한양대의대교수·한양대병원장>이정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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