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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석학」 「아룽의 여인들」(무용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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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석학」 「아룽의 여인들」(무용리뷰)

입력
1996.04.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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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실한 극전개­강렬한 이미지 “개성 발산”지난 2일 끝난 국립무용단의 올해 첫 정기공연 「전설과 현실」은 극적 줄거리를 형상화하는 상이한 방식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두 작품 중 「석학」(김향금 안무)이 평범한 줄거리였지만 충실한 전개에 성공했다면 「아룽의 여인들」(이지영 안무)은 강한 이미지는 형성했지만 세련된 춤언어를 구사하는 데에는 다소 미흡했다.

「석학」은 사냥꾼의 화살을 맞은 학이 나무꾼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후 여인으로 변신, 털을 뽑아 나무꾼에게 아름다운 비단을 짜 주어 은혜를 갚는다는 전설을 재연했다. 차츰 탐욕에 빠지는 나무꾼, 더 많은 비단을 갖고 오라는 사냥꾼의 부추김등 극적 반전과 아이들의 놀이장면같은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별 무리없이 전달됐다. 다만 살을 베는 희생으로 베를 짜는 절정부분의 연출이 미약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아룽의 여인들」은 일제강점기 위안부로 희생된 여인들의 이야기를 기본 틀로 하고는 있지만 줄거리 전개보다는 강한 이미지와 메시지 전달을 주목적으로 삼고 있다. 위안부할머니의 외마디 절규와 몸짓이 그로테스크하게 막을 열면 벅차오르는 북의 울림 속에 여인들의 수난이 표현된다. 오케스트라피트에서 뛰어오르거나 피트로 뛰어내리는 등·퇴장, 무대전체를 뒤덮는 태극무늬의 천등이 강렬하다. 그러나 일본군을 사무라이복장과 검도동작으로 묘사한 점이나 작품 대부분을 차지하는 극히 단순한 강한 춤사위는 잔인성과 혼돈은 강조됐을지 몰라도 깊이는 없는, 다소 도식적인 발상이었다.

두 작품 모두 줄거리에 상관없이 춤사위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춤언어 개발엔 미흡했다. 한국무용의 현주소를 드러내주는 점이기도 했다.<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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