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선 커브길 안전벽 고작 30㎝/평소 교통량 적어 과속운행 일쑤60여명의 사상자를 낸 남한강 시내버스 추락 사고는 사고의 위험성이 상존하는 열악한 도로에서 안전수칙을 무시한 운전사의 운전부주의가 빚은 순간의 참사였다.
경찰은 일단 숨진 운전사 김성환씨(35)가 2차선 커브길을 과속운행하다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경위를 수사중이다.
사고가 난 308지방도로는 남한강변을 따라 건설된 강변도로로 사고가 나면 곧장 강으로 추락할 수 밖에 없어 대형 인명피해의 위험성을 늘 안고 있었다. 그러나 심한 커브길인 강변도로에 30㎝높이에 불과한 콘크리트 블록만 설치돼 버스의 추락을 막지 못했다. 특히 이 강변도로는 평소 하루 5천대로 교통량이 많지 않아 대부분의 차량들이 과속운행, 높은 사고위험을 안고 있었다. 더욱이 안전표지판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으며 평소 교통경찰조차 보이지 않는 교통무방비지역이다.
사고지점은 급격한 오르막 커브길임에도 운전사 김씨는 이를 감안하지 않고 과속으로 급경사를 내려오다 승객들이 한꺼번에 쏠리면서 운전대를 제대로 조작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버스는 좌석24명과 입석 65명을 합해 정원이 89명인데 과다하게 책정돼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양평읍강하면을 운행하는 사고버스는 하루 5차례 밖에 운행하지 않아 장날과 하교길에는 항상 만원일 수 밖에 없었다. 농어촌버스는 20대 이상만 보유하면 면허가 가능해 영세업체들이 주로 경영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경기도에는 모두 21개 업체가 1천5백여대의 농어촌 버스를 운행중인데 대부분 적자노선이어서 노후한 버스가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고차량은 7년간 운행한 낡은 버스였다. 경찰은 정비불량 여부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모두 38대의 시내버스가 양평군 전지역을 운행, 운전사들이 하루 12시간씩 과로에 시달려온 것도 사고를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결국 남한강 버스추락 사고는 운전사의 안전불감증에 부실한 국도, 농어촌 버스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겹쳐 빚어진 원시적인 인재로 귀결지어질 수 밖에 없다.<양평=최수학 기자>양평=최수학>
◎“웬 날벼락”… 온 마을 눈물바다/비보 접한 운심·전수·성덕리
남한강 버스추락사고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난 경기 양평군 강하면 운심리와 전수리 성덕리는 비보가 전해지자 마을 전체가 온통 울음바다가 됐다.
면사무소가 위치하고 있는 운심리와 이곳에서 1∼2가량 떨어져 있는 전수리, 성덕리 주민들은 가족들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사고현장과 면사무소, 사고대책본부가 설치된 군청으로 나가 마을이 텅 비다시피 했다.
희생자중에는 읍내 병원에 입원중인 이웃을 문병한 후 장을 보고 돌아오던 고화전(92·경기 양평군 강하면 성덕리 594의1)·나호남부부(73) 등 촌로들이 많았다. 이들은 비닐하우스등을 하면서 재배한 농작물을 이날 열린 장터에서 팔고 돌아오던 길이어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사망자중에는 50대 이상의 여자가 8명이었고 60세 이상의 남자가 4명이나 됐다.
성덕1리 이강세 이장(49)은 『40년전부터 이 마을에 버스가 다녔지만 이같은 참사는 처음』이라고 비통해 하며 『아무리 농촌지역이지만 3시간에 1대씩 보내는 폐차직전의 고물차에 사람들을 콩나물시루처럼 태워 이같은 변을 당했다』고 분노했다.<양평=정정화 기자>양평=정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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