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상 속보·실질적 답보/당사자 부인에 입증 곤혹검찰의 공천헌금 수사가 관련자 소환조사및 계좌추적등으로 본격화하고 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해 표류하고 있다.
광주지검은 2일 전남 담양·장성 지역구공천을 둘러싸고 공천헌금잡음이 일고 있는 국민회의 박태영 의원을 소환, 철야조사한데 이어 박의원과 8억원 공천헌금의혹을 받고 있는 국근후보 주변에 대한 계좌추적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지검도 자민련 이필선 부총재의 「당지도부 공천헌금요구」폭로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 이부총재측에 헌금요구 내용이 담겨있다는 테이프의 제출을 요구한데 이어 조만간 관련자들을 소환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이같은 외형적 수사상황만으로 볼 때 조만간, 늦어도 총선전에는 야당의 정치적 공세를 무색케 할 수사성과물을 내놓을 듯한 기세이다.
그러나 발빠른 행보에도 불구, 검찰의 속사정은 어렵기만 하다. 수사의 최종목표이기도한 금품제공과 공천과의 직접적 대가관계를 입증하는데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검찰은 『박의원이 공천을 앞두고 당지도부에 2억원을 전달했다』는 이재양 비서관의 진술을 근거로 박의원을 추궁했으나 박의원이 특별당비였다고 주장하고 이씨도 『검찰에서 공천헌금이라고 진술한 적이 없다』고 나서 수사가 벽에 부딪친 상태다.
검찰은 또 박의원이 금품을 제공했다는 시점과 국민회의의 영수증발행시점이 간격을 두고 있는 점을 들어 사후회계처리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으나 선거를 앞두고 정당 회계처리의 타당성을 조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국후보의 경우 차명계좌에 입금된 8억원이 공천을 앞둔 지난해 11월말∼1월말 현금으로 빠져나간 사실은 확인됐지만 이돈이 최종적으로 당에 들어갔는지는 여전히 미궁인 상태.
차명계좌에 현금으로 입금된 뒤 현금으로 인출된 자금의 사용처를 계좌추적을 통해 규명하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국후보등으로부터 명백한 진술을 확보하지 않는 이상 공천의 대가관계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에 놓이기까지는 검찰이 스스로 어려움을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공천헌금은 이해관계 당사자간의 은밀한 수수관계로 인해 수사의 비밀성과 잠행성이 요구되는데도 정황수준에 불과한 진술만 확보된 상태에서 내사설을 공개한 것 자체가 무리였다는 지적이다.
결국 검찰은 이른 시일내에 납득할만한 수사성과를 내놓지 못할 경우 「깨끗한 선거문화정착」이라는 명분에도 불구, 「공천헌금 수사는 장학로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부정축재사건에 대한 맞불작전」이라는 야당측의 정치공세를 잠재우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김승일 기자>김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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