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올림픽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중 새삼 한국기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말레이시아의 높은 축구열기였다. 자기들은 경기장을 빌려주기만 했을 뿐인데도 그리 수준 높지 않은 경기들을 밤 12시까지 진지하게 관전하는 그들의 「축구사랑」은 때로 이해하기 힘들 정도였다.한국일본의 결승전이 열리던 날, 콸라룸푸르 중심에서 30여 떨어진 샤알람 스타디움에는 4만명이 몰렸다. 5,000명 정도의 한·일 응원단을 빼고는 순수한 말레이시아 축구팬들이었다.
72년 올림픽 예선에서 한국에 「수중전 악몽」을 남겨주기도 했던 말레이시아 축구는 아시아 강호 대열에서 탈락한지 오래임에도 시민들은 한국인을 만나면 「최용수」등 스타들의 이름을 줄줄이 외우며 변치 않은 축구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과시했다. 4년전 메르데카구장에서 바르셀로나 올림픽 예선이 열렸을 때도 똑같은 모습이었다.
연극의 3요소에 관객이 들어가듯 운동경기도 호흡을 함께하는 관중이 없으면 최고의 경기력 발휘를 기대할 수 없고 흥미도 반감되기 마련이다. 한·일 선수들이 기진맥진한 상태에서도 막판까지 골을 주고 받으며 명승부를 연출하는데 관중이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이와 반대로 한국팀이 빠진 올림픽 예선이 서울에서 열렸다면 어떠했을까를 생각해 보게도 된다.
축구가 우리의 국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 프로축구의 관중은 고작 경기당 1만108명. 프로축구(15개팀) 개막 3주째에 들어간 말레이시아가 지난해 4만1,000명이 입장했던 콸라룸푸르-셀랑고간의 첫 경기에 금년엔 3만명 밖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긴장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숫자이다.
다행히 지난달 30일 개막한 96년 프로축구는 첫날부터 좀처럼 스포츠 이벤트가 성공하기 힘들다는 대전(LG유공전)에 1만5,000명이 몰리는등 올림픽 예선전의 열기를 타고 조금씩 들썩거리고 있다. 월드컵 개최지 결정(6월1일)을 앞둔 마당에 우리도 한번 화끈한 「축구사랑」을 과시해야 할 것이다.
올림픽, 월드컵 예선전등 국제경기때면 온 국민이 잠을 설치고 한 목소리로 응원을 하지만 이는 「나라사랑」이지 「축구사랑」과는 별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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