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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술먹이기(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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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술먹이기(장명수 칼럼)

입력
1996.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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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를 대학에 보낸 많은 어머니들은 「신입생 술먹이기」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 선배들이 강제로 권하는 술을 마시다가 목숨을 잃는 사고가 여러건 일어났는데, 그 악습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어머니들은 이렇게 말했다.『아들애가 새벽두시에 만취해서 집에 왔는데, 현관에 쓰러져 정신을 잃는 거예요. 얼굴이 백지장같고, 식은 땀을 흘리고, 팔 다리를 부들부들 떠는데, 꼭 죽을 것만 같아요. 온 식구가 달려들어 물수건으로 얼굴과 몸을 닦아주고 꿀물을 먹여서 겨우 안정시켰지요. 다음날 들어보니 동아리 환영모임에서 소주 두병을 대접에 부어 억지로 돌렸다는 거예요』

『여자대학들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딸도 난리를 겪었어요. 동아리 환영모임에서 소주 한병씩을 강제로 먹였다는데, 버스 정류소에서 쓰러져 행인들이 병원응급실로 옮겨줬어요. 한밤중에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가니 기가 막히더라구요. 고마운 사람의 도움을 받았기에 망정이지 나쁜 사람이 납치라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지금도 떨려요. 딸자식을 어떻게 키웠기에 그런 일이 일어났느냐고 흉보겠지만, 우리애는 순진한 아이랍니다』

한 대학 4년생은 그런 술파티가 벌어지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가장 큰 이유는 빨리 분위기가 화끈해지려면 그 이상의 방법이 없기 때문이지요. 또 상급생들로서는 병아리 신입생들에게 강제로 술을 먹이는 것이 재미있고, 위계질서를 세우려는 심리도 작용한다고 봅니다. 신입생들이 쓰러지면서도 술을 마시는 것은 선배들의 문화에 대한 복종이고, 끝까지 안마시는 것은 저항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지요. 신입생들은 술이 겁나지만 한편 호기심이 발동하고, 오랜 입시준비로 억눌렸던 심신을 풀고 싶은 폭발적인 욕구가 있기 때문에 술파티에서 도망치지 않는 겁니다』

강제로 술잔을 돌리는 것은 우리 사회의 악습인데, 악습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국인들은 그런 술자리에 중독돼 있다. 짧은 시간안에 모든 참석자가 같이 취하여 분위기가 고조되고, 술잔을 계속 돌리면 어느 누구에게 술잔이 몰릴 위험이 없으므로 특히 술자리의 좌장격인 사람이 그런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대학가에서 기성세대의 악습을 한술 더 떠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은 실망스럽다. 기성세대는 살기에 바빠 다른 즐기는 방법을 익힐 여유가 없었지만, 젊은 세대가 살인적인 술파티를 계속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젊은이들이 좀 더 멋진 술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을 보고 싶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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