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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1(한국의 예맥: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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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문학:1(한국의 예맥:14)

입력
1996.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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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 지사… 이념… 뿌리다른 노래들/박종화·서정주 등 소월의 전통과 한줄기/선비정신에 선 한용운맥 조지훈 등 잇고/임 화·박세영 등 카프계보는 변혁앞세워/김수영·황동규 등 연장선엔 「문지」계열/70년대이후 홍수 참여시 김지하가 정점/현대시조는 이병기서 이영도등 맥이어/학맥으론 동국대 국문과·서라벌예대문창과 대표적한국 현대시의 원류는 대개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가 전통민요가락을 계승하면서 민족의 전통적인 정서를 노래한 시이다. 김소월로 대표되는 이 계보는 박종화 이상화 김영랑을 거쳐 서정주 박목월로 이어지며 지금까지 최대의 시인군을 이룬다.

이들의 시는 생명의 근원을 찾거나 자연의 아름다움, 순수한 정신을 노래하는등 편차가 있지만 대개 서정성으로 충만해 있다. 이 계열의 출발점에 서 있는 최남선 주요한 김억등은 일본유학파들이며 시의 문학정신, 곧 예술의식을 강조한 사람들로 볼 수 있다.

한용운을 시발로 하는 지사적 시인의 계보도 큰 흐름을 이루고 있다. 만해가 남긴 시 가운데 「님의 침묵」등 현대시(88편)보다 오히려 한시(164편)가 많은데서 드러나듯 이 계열의 시인들은 조선·구한말 지식인들이 가졌던 선비정신의 맥락에 있다.

만해를 이어 이육사 조지훈 박두진 윤동주가 그 계보에 서 있고 권력에 대한 저항, 지조를 강조하는 수많은 후대시인들이 이런 시정신을 이어받고 있다.

그리고 이념적 문학활동을 펼쳤던 임화 박세영등 카프(KAPF)계열 시인들도 중요한 계보를 형성했다. 분단과 함께 월북, 숙청당하는등 불행한 운명을 살았던 이들은 일제말기와 해방공간에 사회변혁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문학이념을 앞세워 계급성이 뚜렷하고 선동적인 시를 발표했다.

이찬 권환 박아지 이용악등의 활동에 이어 해방공간에서 조선프로예술가동맹, 조선문학가동맹에 참여한 시인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남로당계열의 임화 이원조 설정식 김기림등은 월북 뒤 대부분 숙청당하는 비운을 겪었다.

이외에 모더니즘의 선구자 역할을 한 정지용, 문학의 정상태를 이탈한 강한 실험시들을 쏟아낸 이상등도 특별한 존재이다. 그들은 후대 모더니즘계열 시인들, 실험시로 개성을 표출한 많은 시인들의 윗자리에 서 있다.

해방공간을 지나 식민지문학의 잔재를 청산하며 민족문학건설의 소중한 기회가 되었어야 할 1950년대는 불행히도 전쟁으로 시작됐다.

자연히 문학은 삶을 옥죄는 상황에 대한 응전이라는 비문학적인 관심으로 기울었다. 자유로운 창작이 이념의 잣대로 억압됐고 외국문학이 수입됨으로써 민족문학에 대한 차분한 모색이 다가온 듯 하면서 멀어져 간 시기이다. 이때는 당연하게도 전쟁과 관련된 상황시, 분단의 비극을 다룬 시가 풍미했다. 유치환 김종문 구상 박봉우등이 이런 유형의 주목할만한 시를 썼다.

피란지 부산에서 「후반기」동인을 결성한 조향 박인환 김차영 김규동 김경린등의 모더니즘 시운동도 주목된다. 이들은 자연과 서정으로 경도된 청록파에 반발하며 도시문명을 비유적으로 그리고 이미지 자체를 탐색하는등 시의 방법적인 측면에 관심을 두었다. 그들은 김수영에게 영향을 미쳤고, 황동규 김영태 마종기 정현종등의 시에 흔적을 남겼다. 거칠게 말해 「문학과지성」계열 시인들은 그 연장선 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의 주지적 성향을 앞세운 송욱 김구용 왕영경등이 이때 등장하고, 김춘수 신동집등이 사물과 존재에 대한 인식론적 탐구를 시에 반영했다.

낭만과 서정을 추구한 조병화 전봉건 홍윤숙 정한모 김종길 김남조와 전원적인 서정을 주로 노래한 이형기 김종삼 박용래 박성용 한성기등도 50년대 등단한 시인들이다. 해방후 시집 「귀촉도」를 내며 동양적 정신을 시로 풀어낸 서정주의 영향을 받으며 이원섭 이동주 박재삼등 고전정서에 의탁하는 시인들도 50년대에 등장했다.

60년대에는 4·19를 전면수용하면서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에 대응하는 사회시가 등장했다. 신동문의 「아! 신화같이 다비데군들」 박두진의 「우리들의 깃발을 내린 것이 아니다」를 비롯해 김수영 신동집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고은 조태일 이성부 김광협 최하림등이 주목할 활동을 했다.

박재삼 박성룡 김종삼등의 서정시를 이어받아 60년대에 생명감각과 서정의 아름다움을 추구한 시인은 정진규 박이두 김원호등이다. 이외에도 민영 이탄 김종해 이가림 이근배 강우식 강인환 홍희표 오탁번 박정만 김종철 박제천등이 개성적인 서정시를 써냈다. 3인시집 「평균율」을 낸 황동규 마종기 김영태는 언어의 울림과 아름다움이라는 새로운 경향을 선보인 시인들.

또 지금은 중진시인으로 그 역량이 사그라들지 않는 「현대시」동인(오세영 이승훈 박의상 이건청 주문돈 이해녕 김규태 허만하 이수익 마종하)이 선보인 것도 눈여겨 보아야 할 일이다. 신진여성시인들의 등장도 60년대의 특징이다. 이때 김후란 허영자 김초혜 강계순 유안진 김지향등이 등장한다.

독재정권의 억압과 산업화로 특징지울 수 있는 70년대는 이후 90년대초까지 이어지며 뚜렷한 계보와 세력을 형성하는 참여시의 등장으로 특징지워진다. 시인들은 「시는 무엇이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라는 반성을 강력히 제기했다. 정점에 김지하가 있다. 50년대 등장한 고은 신경림이 이 맥락에서 주목할 활동을 했고, 정희성 양성우와 더불어 김광규도 이런 유형의 시를 발표했다.

이외에 이동순 김준태 이시영 송기원 김명인 고정희등이 사회적 관심을 시로 표출했다. 인간소외나 불안한 존재의 모습을 그려낸 감태준 이기철 이태수 정호승 이하석 강은교 김종철 문정희도 어느 면에서 이런 사회문제를 시에 반영한 사람들로 볼 수 있다. 이때에도 생명을 노래하고 서정을 탐구하는 전통적 경향은 손기섭 조창환 조정권 김용범 나태주 송수권 이성선 임홍재 권달웅 김성춘 한광구 조우성 김은자 이성애 윤상운 노향림등을 통해 그 맥을 잇는다.

80년대를 일러 「운동문학의 시대」라고 하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이때는 시를 사회참여의 주제와 유형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더 편리할 정도로 참여시가 풍미했다.

탁월한 민중시를 성취해 낸 김남주를 비롯해 김정환 채광석등이 등장하고 민중성과 서정성을 결합시키려 한 박태일 오태환 정일근 안도현등이 눈에 띈다.

또 실험시를 추구한 이윤택 박남철 황지우 김영승, 도시적인 감성과 상상력이 번뜩이는 시를 내놓은 최승호 하재봉 박덕규 정한용, 서정시의 맥을 잇는 김용범 김선굉 박상천등도 80년대 시단의 한 장면을 만들어 낸 인물이다.

현대시조는 이병기 이은상 조종현등 해방전 시조인들의 활약에 힘입으면서 이영도 이호우 김상옥 이태극 김어수 정훈 박재삼 장훈하 박병순 정완영등이 그 맥을 잇고 있다.

시인을 학맥으로 따지자면 동국대 국문과와 서라벌예대·중대 문창과에서 뛰어난 시인들이 가장 많이 배출됐다.

전신인 혜화전문부터 따지면 동국대출신은 서정주 신석정 조지훈 김달진 윤곤강 이동주 이원섭 박항식 장호 고원 김종길 황명 송혁 박경용 김민부 김사림 홍신선 박제천 김초혜 문정희 공석하 강민 조상기 정의홍 정양 황순구 박주관 김정웅 이명주 최순열 송동균 김강태 김창범 윤석호 이혜선 윤성근 김택근 이진 문인수 윤석성 황도제 공광규 윤제림 이윤학등이 있다.

서라벌예대·중대 문창과는 서정주 아래에서 박이도 신중신 송수권 윤금초 임영조 김형영 이근배 감태준 김종철 이시영 안정옥 김경희 원구식 오정국 남진우 이승화등이 나왔다.

이외에도 박목월이 가르쳤던 한양대 인맥으로 이승훈 이건청 박상천등이 있고 김광섭 조병화가 있던 경희대에서는 이성부 조태일 김영석 정호승 하재봉등이 배출됐다. 최근에는 오규원 정현종 아래서 배운 서울예전 출신 시인들의 활동도 눈에 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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