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국토 분리독립” 또 논란/경제격차 커지자 부유한 플라망인지역 정당서 주장/“양분땐 경제위기” 집권당·국왕·상당수 국민들은 반대/99년 헌법개정앞두고 목소리 더욱 거세져 귀추 주목벨기에에서 최근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왈롱인 지방(왈로니아)과 네덜란드어를 쓰는 플라망인 지역(프랑드르)으로 분리 독립하자는 주장이 93년에 이어 또다시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벨기에 제1야당인 극우 프랑드르블록과 국민전선이 최근 플라망인 지역을 분리 독립하겠다는 주장은 99년으로 예정된 헌법개정작업을 앞두고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프랑드르블록의 이같은 주장에 플라망인 지역 여당인 기독민주당(CDP)도 일단 동조 의사를 나타내고 있다. 뤽 반 덴 브란드 CDP총재는 지난달 말 『국방 외교 재정문제등을 제외한 모든 문제는 지방정부에 위임해야 한다』면서 프랑드르블록의 주장에 가세했다. 이는 플라망인들이 더이상 가난한 왈롱인들을 지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는 그러나 『분리안 대신 플라망인과 왈롱인 지역, 대부분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브뤼셀등 기존의 3개 자치 지역을 브뤼셀을 없애고 2개 지역으로 축소해야 한다』고 새로운 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집권 플라망 기독민주당(FCD)의 장 뤽 드헨느 벨기에총리는 즉각 브란드CDP총재의 주장을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또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브뤼셀 지방 사람들은 오히려 브뤼셀을 확장해야 한다고 반격했다.
이런 논쟁에도 불구하고 국왕 보두앵 2세를 포함한 상당수 벨기에인들은 현재와 같은 상태가 지속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같다. 이들은 93년 체코슬로바키아처럼 국토가 양분되면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벨기에 경제가 위기에 빠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고 믿고 있다.
벨기에 국토를 언어권에 따라 두 조각으로 나누자는 주장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벨기에 인구의 57%를 차지하는 플라망인들과 42%인 왈롱인들간의 갈등은 1831년 네덜란드로부터 독립, 입헌군주국으로 출범한 벨기에왕국이 1918년 남성보통선거가 실시되기 전까지 소수인 프랑스계 왈롱인이 지배한 것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북부 플라망인 지역은 날이 갈수록 경제가 발전하고 있는 반면 석탄과 철강업을 주종으로 하는 남부 왈롱인 지역은 점차 낙후되면서 이들간의 갈등은 증폭됐다. 이러한 반목으로 2차대전후에 벨기에는 내각이 30여차례나 바뀌는 등 정정이 극히 불안했다.
벨기에의회는 93년 4월 드디어 국체를 중앙집권적 입헌군주국에서 지방분권적 연방국가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헌을 했다. 이에 따라 벨기에는 왈롱인지역, 플라망인지역 그리고 수도 브뤼셀은 각각 주민들의 직접선거를 통한 독자적인 지방의회와 정부를 갖게 됐다.
같은 해 8월에는 두지역간 갈등을 잘 조정해 오던 당시 국왕 보두앵 1세가 갑자기 서거하자 남부 왈롱인 지역과 북부 플라망인 지역간의 분리운동이 한때 폭력사태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3년만에 재개된 분리주장이 어떻게 발전돼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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