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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정선 위락지구 건설 앞두고 미 애틀랜틱시티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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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 정선 위락지구 건설 앞두고 미 애틀랜틱시티를 가다

입력
1996.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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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의 도시 “빛과 그림자” 교차/휴양도시서 슬럼화… “지역경제 살리자” 도박산업유치/“슬롯머신 27,600여개” 연 3,000만명 찾아 68억불 뿌려/“지역자영업자 설땅 잃고 고실업·수혜편중” 부작용도국무회의가 최근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의결함에 따라 이르면 98년 태백 정선지구에 카지노 등을 갖춘 대규모 위락지구가 건설된다. 도박산업을 유치, 낙후된 지역경제를 부흥시키자는 개발방식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미국의 애틀랜틱시티를 찾아 그 명과 암을 살펴본다.<편집자주>

뉴욕시에서 남쪽으로 자동차로 2시간30분거리에 있는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는 라스베이거스에 이은 미국 제2의 도박도시이다. 주말이면 일확천금의 행운을 좇아들어오는 사람들로 인해 「애틀랜틱시티 익스프레스웨이」는 교통체증을 일으킨다.

애틀랜틱시티는 2차대전 이전까지만해도 동북부의 부유층들이 즐겨찾던 고급 해변 휴양지였다. 그러나 도로 철도 및 항공교통의 발달로 따뜻한 플로리다나 캘리포니아 유럽등으로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50년대 이후 슬럼화해 주정부의 골칫거리가 돼왔다. 주정부가 고민끝에 생각해낸 것이 라스베이거스식 도박도시. 두차례에 걸친 주민투표끝에 도박허용 법안이 통과됐고 78년 5월 머브 그리핀스 카지노가 최초로 문을 열었다. 현재는 9,227개의 객실과 2만7,600여개의 슬롯머신을 갖춘 12개의 대형 카지노가 운집해있다.

정부기구인 뉴저지카지노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매년 3,000만명의 내외국인이 뿌리고 가는 돈은 연간 68억달러(94년기준)에 달한다. 먹고 마시는데 쓴돈도 적지 않지만 슬롯머신등 각종 도박으로 날린돈이 38억달러로 단연 으뜸이다.

허허벌판 사막에 건설된 라스베이거스와 달리 황폐화한 도시내에 들어선 애틀랜틱시티는 도시재개발이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화려한 카지노건물이 가득찬 도심 바로 인접지역에서 택지재개발이 추진중이고 한편에는 흉물스런 폐가와 빈민주택이 공존하고 있다. 때문에 카지노 수익금의 상당부분이 도시재개발을 위해 투자된다.

94년 경우 한해동안 카지노 총수입의 약 8%에 달하는 2억7,200만달러의 소득세를 비롯, 재산세 인허가수수료 연방기업세 사회보장세 등 각종 명목으로 5억9,400만달러가 지방 및 연방정부로 들어갔다. 여기에 카지노업자들은 총수입의 1.25%(94년 4,000만달러)를 무조건 카지노 재투자개발위원회(CRDA)에 기부해야 한다. 시장 카지노업체대표 주정부공무원 정당지명인 등 11명의 이사로 구성된 독립기구 CRDA는 카지노로부터 돈을 거둬 학교 공회당 주택재개발등 주요 경제 및 사회개발사업을 담당한다. 『카지노가 없었더라면 애틀랜틱시티는 살아남을 수가 없었을 것』이라는 뉴저지 카지노협회 니콜라스 아마토회장의 말은 결코 지나친 것이 아닌 것이다.

카지노산업의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그 그늘 또한 만만치 않다. 카지노가 들어선지 4년동안 지역주민들이 자영하던 소규모 식당 유흥업소의 3분의 1이 문을 닫았다. 카지노호텔이 싼값으로 공급하는 음식과 서비스를 당해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93년 현재 애틀랜틱시티의 실업률은 전국평균치의 두배인 10%에 달한다. 카지노들이 1만300여명의 애틀랜틱시티 거주자를 고용하고 있지만 대부분 도어맨 청소부등 저임 직종에 편중돼 있고 매니저급이나 딜러등 고수입자들은 외지인들로 채워지고 있다.

3세때부터 이곳에 살아왔다는 전직 카지노호텔 도어맨 W 제임스씨(81)는 『카지노가 들어서면서 투기꾼들이 몰려들었죠. 땅가진 사람들은 돈을 벌었지만 주택임대료가 20년동안 4배 이상 올라 우리같은 사람들은 살기가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시정부가 93년 발표한 재개발계획도 공항시설, 국제회의장, 카지노지역 진입로 및 해변산책로를 보수확충한다는 내용으로 지역주민들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는 사업은 별로 없다.

도박산업의 확대와 이로인한 폐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제한규정들도 업자들의 로비에 밀려 철폐되고 있다. 뉴저지카지노관리위원회는 관광객유치경쟁심화를 명목으로 94년 영업시간 도박장면적 허용게임종류등에 대한 각종제한규정을 철폐했다. 이때문에 도박중독증양산으로 인한 악성부채 가정파탄 화이트칼라범죄 등 사회문제가 심화한다는 우려가 늘고 있다. 전직 카지노관리위원회 회장으로 현재는 카지노 합법화 반대운동을 펴고 있는 스티븐 퍼스키씨는 『도박산업은 한번 해보고 안되면 마는 산업이 아니다. 주사위가 구르기 시작하면 아무도 이를 막을수 없다』며 경제회복을 위한 도박산업유치가 갖고 있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미 도박산업 현황/23개 주 허용 카지노 94년 150억불 벌어/“8년전의 2배 수익” 초고속 성장 질주

미국의 산업 가운데 근래들어 가장 급속한 성장을 하고 있는 분야를 꼽으라면 단연 도박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50개주 가운데 어떠한 형태의 도박도 허용되지 않고 있는 곳은 하와이와 유타 두곳 뿐이다. 카지노는 88년까지만 해도 라스베이거스와 애틀랜틱시티가 있는 네바다주 뉴저지주 2개주에서만 허용됐었으나 94년 현재는 23개주에서 영업중이거나 허용되고 있다. 특히 88년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생계지원을 위해 「인디언 보호지역 도박허용법」이 제정된 이래 보호구역에서만 70개 이상의 카지노가 생겨났다.

카지노업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카지노들이 94년 한해동안 벌어들인 돈은 8년전에 비해 두배로 늘어난 150억달러. 같은해 미국인들이 카지노를 포함, 각종 도박에 쓴 돈은 4,82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는 전년도에 비해 22%가 늘어난 것이다. 한번이라도 카지노에 가본 가족을 가진 사람들의 숫자는 90년 4,600만명에서 93년 9,200만명으로 늘었다는 것이 카지노업계의 추산이다.

85년 몬태나주가 처음으로 선술집에 슬롯머신설치를 합법화한 이래 미국의 도박산업은 카지노를 벗어나 일반 주택가까지 깊숙이 침투하고 있다. 곧바로 사우스다코타주가 도박기를 편의점과 선술집에 설치할수 있게 했고 오리곤 로드아일랜드 웨스트버지니아 루이지애나가 뒤 이었다. 아이오와는 91년 선상카지노를 합법화함으로써 이전까지의 장소제한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일리노이 미시시피주등은 한걸음 더 나가 베팅한도까지 완전철폐한 선상도박허용법을 통과시켰다.

◎인터뷰/뉴저지 카지노협 니콜라스 아마토 회장/“카지노 수익금 도시재개발등에 투자/주민 등 참여 재투자기구 활성화 중요”

카지노업계 관계자들은 「도박산업 (Gambling Industry)」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카지노산업」 「게임산업(Gaming Industry)」이라고 부른다.

『애틀랜틱시티의 카지노산업은 눈폭풍이 몰아쳤던 지난 1월전까지 19개월 연속 전년대비 매출액증가기록을 세울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고 소개하는 뉴저지 카지노협회 니콜라스 아마토 회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는 『카지노업계가 호황을 누리는만큼 지역경제에 재투자되는 자본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며 도박산업의 지역경제에 대한 기여도를 강조했다.

뉴저지 최대 카운티(군단위)인 에섹스의 선출직 고문변호사, 카지노 재투자개발협회(CRDA) 사무국장직을 역임한 아마토씨는 도박산업의 악영향에 대한 우려를 강경한 어조로 반박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축제장소에는 소매치기가 들끓기 마련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축제가 범죄의 원천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범죄를 부르는 것은 가난과 빈민굴이기 때문에 수익금을 도시재개발에 재투자하고 있는 카지노산업은 오히려 범죄를 방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논리이다. 그는 애틀랜틱시티의 범죄발생률이 지난 4년동안 52%가 줄었다는 시경찰국통계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폐광지역 경제활성화를 위해 카지노산업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아마토씨는 『카지노산업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도시재개발을 위한 재원을 마련하는데 효율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지만 카지노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보는 것은 환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지노를 만드는 것 자체보다 들어오는 돈을 어떻게 쓸것인가에 대한 철저한 사전계획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애틀랜틱시티 역시 카지노 산업초창기에는 엉성한 재투자 계획으로 문제가 많았다고 인정하는 아마토씨는 『정부 업계 주민이 참가하는 CRDA같은 독립적인 재투자기구의 활성화가 카지노산업을 통한 지역경제개발 성공의 핵심조건』이라고 충고했다.<애틀랜틱시티=김준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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