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다예프 대표성 인정안해 현실성 결여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31일 발표한 체첸분쟁 종식을 위한 특별성명은 오랜 준비과정과 거창한 발표형식에 비해 알맹이가 거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옐친 대통령은 이날 예브게니 키실로프, 알레나 샤르파바등 러시아의 저명 언론인과 대담하는 형식으로 체첸사태의 평화적 해결방안을 밝혔다. 그러나 옐친이 내놓은 방안은 새롭지도 않고 그나마 실현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러시아군이 4월 1일 0시부터 체첸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중단했다고 하지만 언제라도 군사작전은 재개될 수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6월에도 군사작전을 전면 중단했다가 다시 총공세에 나선 바 있다. 또한 안전지역으로부터 러시아군 철수나 민주정부 구성을 위한 총선실시, 두다예프 반군측과의 간접 평화협상등도 실행 일정및 방안이 빠져 현실성이 결여돼 있다.
전문가들은 「체첸의 독립과 반군지도자 두다예프 일당의 합법화는 절대 불가」라는 대전제하에서는 현실적으로 체첸사태를 종식시킬 묘안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때문에 이번 평화안은 6월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옐친대통령의 「대선카드」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러시아군은 평화안 발표를 앞두고 체첸남부와 남동부지역에서 야포와 무장헬기 등을 동원해 두다예프 일당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감행했다. 러시아군의 이같은 공격은 평화안 발표에 앞서 체첸반군이 장악한 지역에 행정거점을 확보한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은 또 체첸의 지방자치체를 무력으로 위협, 러시아 정부에 대한 절대 협력을 골자로 한 평화협정 체결을 강요했다. 400여 지자체 가운데 120개 지자체가 지난달 25일까지 이같은 평화협정에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체첸사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무장 체첸세력이 여전히 결사 항전의지를 불태우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첸사태는 마지막 순간까지 옐친이 모면할 수 없는 정치적 덫으로 작용할 전망이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모스크바=이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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