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의 최후기 작품 제작연대 표기 눈길/외교적 격식 맞춘 그림… 인물묘사 등 섬세함 돋보여/조선조정,덕천막부에 선물… 사자관 피종정 찬시도고미술 연구·감정기관인 대동문화재연구소(소장 김태정)가 최근 일본고미술시장에서 입수한 혜원 신윤복의 그림족자 3폭은 조선국왕이 일본 도쿠가와(덕천)막부에 보낸 공식 예물이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조선은 임진왜란 기간등을 제외하고 건국초기부터 후기까지 일본과 공식 외교사절단을 주고 받았다. 조선의 일본파견사절을 통신사, 일본의 조선파견사절을 일본국왕사라고 했는데 이를 통해 양국은 외교적 현안의 해결은 물론 다양한 교류를 꾀했다. 조선통신사에 관련된 회화자료는 「통신사행렬도」등 사행도가 대부분이며 통신사가 막부의 권력자에게 선물한 회화가 되돌아온 것은 처음이다. 순조 11년인 1811년 조선의 마지막 통신사에 의해 일본 도쿠가와막부에 전달된 뒤 180여년만에 다시 고향을 찾아온 것이다.
특히 이 그림에는 혜원의 작품중 아주 드물게 제작연대가 표기돼 있다. 단원 김홍도와 함께 조선회화의 양대 기둥을 이루고 있는 혜원은 풍속화와 인물화, 산수화, 화조화등에 두루 능했지만 자신의 작품에 간지를 남긴 것은 1∼2작품 뿐이며 생몰연대도 불분명하다. 그러나 「신미신행」이라는 연대가 기록된 이 그림족자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중 혜원의 최후기 작품으로, 혜원 연구에 획기적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외교적 격식에 맞춰 그린 서원아집도나 고사도풍의 그림은 혜원의 작품에선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기도 하다. 단원등 조선후기의 여러 전문 화원이 이런 그림을 남겼지만 혜원의 작품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뒷면에 「상」표시가 된 제1폭은 백마를 탄 선비가 다리를 건너면서 버들가지를 꺾는 모습을 묘사했다. 고개를 돌린 주인공의 모습, 고삐를 채인 말의 표정이 생동감있다. 사자관으로 따라간 동강 피종정(1763∼?)이 작품 위에 행서체로 쓴 찬시 「장회절양류 춘일로방정」(속마음을 드러내 버들가지를 꺾으니, 봄날 길옆에 춘정이 그득하네)은 작품의 주제를 압축하고 있다.
제2폭(중)은 전형적인 서원아집도풍의 그림. 9명이 등장하며 옷주름이나 얼굴표정등에서 혜원의 기법이 잘 드러난다. 소나무와 바위의 묘사는 낙관만 아니라면 그가 평소 존경하고 따른 단원의 그림으로 착각할 정도로 단원의 분위기가 풍긴다. 제3폭(하)은 당 현종이 궁중에서 준마를 감상했다는 이야기를 주제로 그린 고사도이다.
허영환 문화재전문위원(성신여대 동양화과교수)은 『화풍이나 화법, 연대, 재료, 간지등으로 보아 혜원의 작품이 틀림없다』며 『어명에 의해 중국의 고사를 주제로 그린 정형화이긴 하지만 혜원 특유의 섬세한 인물묘사가 돋보인다』고 말했다.<변형섭 기자>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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