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손 피묻히기 싫어 DJ 감형/“답변은 내소신대로… 간섭말라”1일 열린 12·12 및 5·18사건 4차 공판에서 노태우 피고인은 불리하거나 민감한 사항에는 『모른다』는 대답으로 피해 가면서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의 대통령직 추대는 「운명」으로서 당시의 시대적 요청이었다는 식의 논리를 폈다.
▲최규하 대통령이 전두환 피고인에게 「능력에 한계가 와서 나라를 이끌 수 없다. 당신이 대통령 직책을 맡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는 사실을 전피고인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다. 전피고인은 깜짝 놀라 사양했다는데 최대통령이 간곡히 부탁해 시일을 달라고 요청한 후 나에게 의견을 물었다. 나는 「그 어른이 계속 뜻을 굽힐 것 같지 않다」는 전피고인의 말을 듣고 「이것이 우리에게 닥치는 운명인가 보죠. 그렇다면 너무나 중대한 일이기 때문에 군원로들의 의견을 구해 보는게 어떻습니까」라고 건의한 적이 있다.
이어 8월초 공군참모총장관사에서 국방부장관과 각군 참모총장 각군 사령관등이 참석한 모임에서 전장군이 대통령직을 맡는 길 밖에 없다는 건의가 있었다. 나라를 구하는 길은 이 길 밖에 없으며 최대통령의 요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데 의견이 일치했다. 지금 옆에 앉아 있지만 전피고인은 당시 벅찬 운명에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많이 흘린 기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80년 7월말과 8월초 최대통령이 전씨에게 대통령직을 맡아달라고 얘기한 사실과 전씨의 대통령추대 결의에 대한 검찰의 신문에 대한 답변)
▲무장간첩의 침투증가 등 대남위협이 고조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혼란을 수습하기보다 분란을 부채질했다. 그러나 정부의 시국수습 능력은 한계에 부닥쳐 있었다. 이 때문에 「물계엄」이라 불릴만큼 약해진 계엄업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비상계엄확대조치 당시의 상황에 대해)
▲학생 재야인사들이 몰려올 것이라는 첩보에 따라 국무회의장 및 국무위원의 경호·경비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을 뿐이다.(80년 5월17일 비상계엄전국확대 국무회의때 회의장 등의 병력배치에 대해)
▲검찰이 판단을 요구하는 질문을 하면 어쩌느냐. 그런 규정이라도 있느냐. 답변은 내 소신대로 하는 것인데 재판장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것이냐.(재판장이 판단을 요구하는 답변은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준데 대해 격앙해서)
▲김대중씨에 대한 사형집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친구가 국정 최고책임자가 된 마당에 피를 흘리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또 친구 손에 피를 묻히기 싫었다.(사형확정된 김대중씨의 감형에 대해)<황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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