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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 행진곡/참신한 주제·연출로 긴 감동 남겨(TV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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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 행진곡/참신한 주제·연출로 긴 감동 남겨(TV평)

입력
1996.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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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 소재 사회적 무관심에 경종까지가족간에 지지고 볶는 일을 소재로 삼는 가족드라마가 지난해 이후 큰 인기를 끌어 오고 있다. 각박한 세상에서 현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기댈 곳을 마련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베스트극장­젓가락 행진곡」(MBC 29일 하오 11시)은 깨끗한 영상과 참신한 주제접근으로 가족드라마의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입양아라는 새로운 소재, 연기자들의 명연기, 말끔한 화면이 어우러져 웃음과 감동을 제공했다.

드라마는 아이를 갖지 못하는 젊은 인팔­민정 부부가 고아원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이들은 다섯살짜리 여아 아림이를 입양해 정성껏 기른다. 그런데 이 부부가 뒤늦게 아들 재탁을 낳으면서 문제가 생긴다. 열살난 아림이는 자신이 입양아여서 부모의 사랑이 재탁이에게만 가는 것으로 생각하고 서글퍼한다.

어느날 혼자 집에 있다가 재탁이가 고열로 심하게 울자 급히 병원으로 옮겼으나 앞뒤 사정을 모르는 양부모에게 심하게 야단을 맞는다. 또 양어머니 민정은 아림이가 안방에서 생리대를 꺼내는 것을 돈을 훔친 것으로 착각해 혼내기도 한다. 이런일들이 아림이를 서럽게 하지만 결국 모든 오해를 풀고 진정한 가족이 된다는 구성이다.

이 작품은 단막극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단막극에선 긴 설명을 할 시간이 없다. 모든 것이 압축적으로 표현돼야 한다. 시간적 제약은 지루한 것을 싫어하는 시청자에겐 오히려 간결한 아름다움으로 다가가며, 연출자에겐 자기세계를 함축적으로 펴보일 기회가 되기도 한다.

「젓가락 행진곡」에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입양에서부터 여러 갈등 끝에 오해를 푸는 결말에 이르기까지 과감한 생략과 사려깊은 심리묘사가 돋보였다. 양부모를 사랑하면서도 섭섭함을 느끼는 아림이의 동심도 시적인 화면을 통해 아름답게 표현되었다. 아림이 역을 맡은 권해광은 어린이다운 천진함으로 입양아라는 독특한 처지를 훌륭히 연기했다.

가족 사랑을 강조하면서도 혈연을 넘어선 사랑에 대해선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 우리 풍토에서 입양아를 친자식처럼 키우는 부부의 모습이 긴 여운과 감동을 남긴다.<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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