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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주최 제14회 여성생활수기 공모 당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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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주최 제14회 여성생활수기 공모 당선자들

입력
1996.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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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을 행복처럼” 꿋꿋한 삶 감동적/시상식 4일,당선작은 추후 게재한국일보사 주최 제14회 여성생활수기 공모에 당선된 3인은 미국에 이민가서 구두수선공이 된 간호사, 계속되는 불행을 남편과 함께 이겨낸 아내, 뉴질랜드로 친구를 찾아 여행을 떠난 주부로서 자신들이 겪고 느낀 바를 감동적이면서도 꾸밈없이 그려냈다. 다음은 응모수기를 심사했던 두 작가의 심사평과 3인의 인터뷰 내용이다. 시상식은 4일 하오 3시 한국일보사 대회의실에서 열리며 당선작은 추후 게재될 예정이다.<편집자주>

◎최우수작 「신기료가 된 간호사」 이수지씨/“노동은 신성” 진리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국일보사 공모 여성생활수기 최우수작인 「신기료가 된 간호사」의 주인공 이수지씨(한국명 배성수·49)는 『구두수선은 하늘이 주신 천직』이라고 말한다. 이씨는 『하나의 작품이 탄생하려면 산모의 진통이 따르듯 하찮게 보이는 구두손질에도 아이를 낳고 기르는 정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대구에서 태어나 문학소녀를 꿈꾸던 이씨는 경북여고 졸업반때인 66년 아버지가 병져 눕자 꿈을 포기하고 대구 동산간호대학(현 계명대 간호학과)에 입학했다. 여덟살 철부지인 남동생과 실의에 빠진 어머니를 돌보면서 공부를 하기위해서는 장학금이 보장된 간호대학이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한다. 졸업후 인천에서 근무하던 이씨는 이규영씨(50)와 간호사와 환자로 만나 73년 2월 가약을 맺은 뒤,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남편과 함께 충남 당진의 신평중학교에서 부부교사가 됐다.

이듬해인 74년 봄 좀더 배워보겠다는 남편의 꿈을 좇아 미국땅을 밟은 이씨 부부는 이내 생활고에 직면했다. 간호사로 생계는 꾸릴 수 있었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가계가 쪼들리자 남편은 학업을 포기했다. 철강공장등을 전전하던 남편은 84년 시카고 근교에 조그만 구두수선 가게를 차렸다.

이 사업도 안정되고 병원생활에 보람을 느끼던 이씨는 그러나 92년부터 병명도 알 수 없는 무릎통증으로 흰 가운을 벗어야 했다. 그때까지 환자돌보는 일을 천직으로 여겨온 그에게는 가혹한 시련이었다.

하지만 시련을 통해 이씨는 천직을 발견했다고 한다. 무료함을 달래려 남편가게에 나가던 그는 구두를 손질하면서 『이것이야말로 내게 가장 적합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또 그 무렵부터 다시 글쓰기를 시작, 94년 시카고 한국일보주최 백일장에서 어린시절의 추억을 담은 「잊혀진 것들」로 수필부문에서 입상하기도 했다. 이씨는 『간호사를 그만두고 구두수선을 한다는 소식에 한국 친지들은 동정하기까지 했다』면서 『무슨 일이든 긍지를 가지면 행복하고, 노동은 신성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네이퍼빌=이종수 기자>

◎우수작 「비쳐지지 않는 거울」 이순조씨/“고생 달고다닌 생활 이젠 끝났나봐요”

「비쳐지지 않는 거울」로 올해 여성생활수기 우수작으로 뽑힌 이순조씨(34·전북 군산시 조촌동 783의5)는 『아프고 쓰린 일들이 많아 몇번을 망설이다 보냈는데 이렇게 상을 받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다』 며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자신의 삶을 가리켜 『고생을 달고 다니는 인생』이라고 말한다. 82년 남편을 만나 집안의 극심한 반대로 친정을 등지고 함께 살기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전기장판 누전으로 인한 화상으로 죽을 고비도 넘겼고 아이도 몇번이나 유산했다. 퇴원후 돌봐줄 사람이 없어 시댁에 기거하면서 모진 마음 고생을 겪기도 했다. 또 남편이 교통사고로 구속된 일도 있었다. 지금도 화상의 후유증으로 여름에는 반팔을 입지 못하고 조금만 많이 걸으면 발이 퉁퉁 붓는다.

그러나 이씨는 지금 행복하다고 한다. 자신의 30여년 삶중에서 요즘이 가장 안정되어 있다고 느낀다. 『한때는 죽고 싶은 생각 뿐이었지만 이제는 주어진 삶에 만족하고 있어요. 최근 몇년간은 나쁜일도 일어나지 않았구요. 이번 당선이 그간의 고생에 대한 보답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가 행복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남편 이한성씨(35·버스기사)의 극진한 사랑때문이다. 남편은 이씨가 힘들 때 늘 곁에 있어 주었으며 그 많은 불행에도 싫은 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이씨를 보살펴 주었다. 지금도 끔찍한 아내 사랑으로 동네는 물론이고 직장에서도 유명하다. 망설이는 그에게『이제는 정리할 때가 되지 않았냐』며 글을 써보라고 원고지를 사다주고 다 쓴 글을 읽어주고 원고를 부쳐준 것도 남편이다.

이씨의 바람은 소박하다. 『남편을 몸과 마음이 따르는데까지 내조하는 것』이다. 이제는 남편이 자신으로 인해 행복했으면 하기 때문이다.

조금 욕심을 부리자면 군산 근교에 작은 집을 하나 가졌으면 하고 93년 늦은 결혼식 때 못간 신혼여행을 가보고 싶다. 그는 상금 100만원도 남편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것을 사는데 쓸 예정이다.<김지영 기자>

◎우수작 「날개가 있는 것은 중력을 이길수 있다」 이원숙씨/“자신의 한계극복 홀로서기 이룬 느낌”

그동안 여성생활수기당선작 대부분이 굴곡 많은 삶을 기록한 것들이라면 「날개가 있는 것은 중력을 이길 수 있다」로 올해 우수작에 선정된 이원숙씨(36·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벽산아파트 402동 1403호)는 평범한 주부의 자아확인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그래서 수상소감도 『자신의 한계를 이겨내고 혼자 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바람을 조그맣게나마 이룬 느낌』이라고 말한다.

이씨는 지난 겨울 난생 처음 뉴질랜드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그것도 15일간이나 남편과 아이들을 남겨둔채 홀로 떠난 여행이었다.

이씨가 뉴질랜드로 향한 것은 펜팔로 사귄 20세 연상의 친구인 바바라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꿈많던 여고시절부터 바다건너 이국의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한지 17년만이었다. 이씨의 수기는 바바라와 만나고 지냈던 보름간의 생활을 담고 있다.

이씨는 떠나기전 「과연 혼자 해외여행을 해낼 수 있나」 「아이들이라도 데리고 갈까」 「바바라는 어떤 사람일까」등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러나 바바라와는 자신만의 관계라는 생각에서 혼자 부딪쳐보기로 결론을 내렸다.

이 여행은 주부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존재의 가벼움」에 대한 항거이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여행의 경비도 지난해 지역신문에서 실시한 백일장에서 탄 상금을 사용했다. 그 결과 이씨는 수기제목처럼 『나도 날개가 있다. 중력을 이기고 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씨가 서른이 넘어서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남편과 아이들을 돌보는 일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심각히 생각하면서부터다. 덕분에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따뜻한 감정을 혼자만의 기억으로 두지 않고 글로써 간직하는 기쁨도 누리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씨는 『수기를 남편이 읽어보고서 그동안 같이 살면서도 얘기못하고 표현못했던 부분들을 더 잘 이해해주는 계기가 됐다』며 웃었다. 이씨는 올여름 한국을 찾을 바바라를 맞이할 기대에 부풀어 있다.<박원식 기자>

◎심사평/주어진 삶 낭비하지 않은 끝없는 자기성찰의 아름다움 이수지씨 글 단연 돋보여

한 인간이 온 힘을 다해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 일은 언제라도 지극히 감동적이다. 그 이야기 속에 가난과 불행에 대항하여 싸우는 눈물겨운 투쟁사가 많이 끼여 있으면 끼여 있을수록 감동은 더욱 커지는 법이다. 지난 몇년간의 여성생활수기 응모작들은 바로 그런 눈물겨운 투쟁사의 전형을 보여줌에 있어서 전혀 부족함이 없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 몇년간의 경우와 현저하게 달랐다. 물론 빈곤과 그것이 야기시키는 삶의 함정은 여전히 기본적인 주제였지만 이전처럼 기가 막히도록 처절한 수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여서 내심 깜짝 놀랄 지경이었다. 도대체 신은 어떻게 이리도 가혹한 시련만 골라서 내려주는지 읽는 사람이 먼저 지칠만큼 눈물겨운 삶이 많이 줄었다는 것은 어쩌면 반가워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응모작에서 그런 삶이 줄었다고 해서 전체 여성의 삶에서도 그 비율만큼 불행이 줄었다고 속단할 수 없다. 오히려 수기를 쓰는 작업을 통해 지난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의 희망을 다짐하는 건강한 정신작용마저 의심하는 것은 아닌지 잠시 걱정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자기만의 직업을 찾기 위해 애쓰고 노력하는 「신기료가 된 간호사」(이수지)를 읽을 수 있어서 몹시 기뻤다. 망설이지 않고 이 작품을 최우수작으로 뽑은 이유는 주어진 삶을 낭비하지 않으려는 한 여성의 끝없는 자기성찰이 너무나 아름다워서였다. 낯선 이국땅에서 남의 헌신을 기워주는 신기료 장수가 되었지만 『참 멀리도 왔구나. 이 일을 만나기 위해...』라고 말할 수 있는 정신의 성숙이 값진 글이었다.

우수작 「비쳐지지 않는 거울」(이순조)은 응모작 중에서 어렵게 만난 감동의 인생투쟁사였다. 쉬임없이 밀려오는 불행들을 하나하나 극복해 가는 과정도 예사롭지 않았지만 글쓴이의 곁에서 묵묵히 거친 파도를 함께 헤쳐 가는 남편의 마음이 진정 예사롭지 않았다. 전체응모작 중에서 가장 따뜻했던 남편의 모습이었다. 「날개가 있는 것은 중력을 이길 수 있다」(이원숙)를 우수작으로 뽑는 데는 약간의 망설임이 있었다. 문장력이나 구성으로만 본다면 가장 돋보였지만 가정에 묶인 주부의 고민을 시원스럽게 털어놓지 않은 것이 유감이었다. 그러나 오랜 펜팔 친구를 찾아 보름간 여행했던 뉴질랜드에서 받은 문화와 관습의 충격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다 하고 있다고 여겨져서 망설임이 오래 가지는 않았다.

선에는 들지 못했으나 민지선 박광희 최말례 장태순씨의 수기들도 오래도록 손에 잡고 있었음을 덧붙인다.<김향숙·양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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