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씨도 꺼려 “보안사가 왜 악역” 화내기도80년 신군부 세력이 자행한 서울경제신문 폐간 등 언론통폐합 조치는 신군부집권계획의 일환으로 추진된 불법적 폭거였음이 1일 열린 12·12 및 5·18사건 4차 공판에서 재확인됐다. 특히 전두환 노태우 권정달씨 등 신군부 핵심세력이 당초 언론통폐합을 입안·추진했으나 결정적인 역할은 당시 허문도 청와대정무1비서관이 담당했던 사실이 검찰신문과 피고인들의 진술에서 드러났다.
전보안사령관이 언론통폐합을 구상하기 시작한 것은 80년 2월. 전씨는 민간 정보수집을 위해 방위산업보안처를 정보처로 개편, 산하에 이상재 준위를 반장으로 하는 언론대책반을 설치했으며 이준위는 3월 집권계획의 일부로 알려진 이른바 「K공작계획」을 수립했다. 검찰은 5·17관련자 직접 신문에서 신군부세력이 이 계획에 따라 언론인과 개별접촉, 「3김씨 등 기존 정치인들간의 경쟁을 왜곡시키고」 「최규하정부의 허약성을 강조하는 등 여론을 조작해」집권기반을 다지려 했다고 밝혔다.
「K공작계획」에 따라 이준위는 80년 10월초 「언론건전육성종합방안보고」를 작성했다. 권정달 보안사정보처장은 이 보고서를 토대로 10월 중순께 언론통폐합안을 완성, 당시 보안사령관 노씨와 함께 청와대에서 전씨에게 보고했다.
참석자는 전씨, 김경원 비서실장, 허화평 정무수석, 허삼수 사정수석, 이웅희 공보수석, 허문도 정무1비서관, 그리고 보안사령관 노씨와 권씨 등 8명. 이 자리에서 김실장과 이수석은 『시행에 무리가 따를 것』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의견을 표시했는데 특이한 것은 언론통폐합안을 마련, 결재를 받으러 간 노씨도 반대했다는 사실이다.
노씨는 이날 공판에서 『원래부터 취지는 좋으나 안하는게 낫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대통령에게 간 것은 결재를 받으러 간 것 아니냐』는 추궁에는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했다.
청와대 1차 회의에서 전씨 지시로 보류됐던 언론통폐합안은 그러나 80년 11월12일 전격 단행됐다. 검찰은 이과정에서 허문도씨가 전씨와 허화평 정무수석, 이학봉 민정수석등을 집요하게 설득, 우선 신문사 통폐합안만을 재가받았다. 전씨는 이후 이민정 수석으로부터 『방송공영화는 선진국의 추세』라는 보고를 받고 11월10일 방송통폐합안도 결재했다.
노씨는 이날 공판에서 『80년 11월12일 강원도 보안부대 순시중 비서실 연락을 받고 급히 헬기편으로 귀경했다』며 『사령관실에서 이광표 문공부장관이 언론통폐합 결재서류를 내밀며 「잘 집행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이 부분에서 검찰은 당시 노씨가 『결재를 받은 문공부가 처리를 하지 않고 왜 우리한테 악역을 맡기느냐』며 화를 냈다고 밝혔으며 노씨도 이를 인정했다.
아무튼 전씨 지시에 따라 노씨는 재경 언론사 사주는 보안사 대공처에서, 지방 언론사 사주는 정보처에서 지방보안부대로 각각 소집해 보안사에서 미리 작성한 문안대로 자필 포기각서를 작성케 했다. 검찰은 『이는 보안사의 고유업무를 벗어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황상진 기자>황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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