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호텔 캘리포니아」 이순원 「수색,그 물빛 무늬」 등“신선한 작품구도 색다른감동 선사” 긍정론/“소재의 빈곤·주관적 정직성에 함몰” 부정론
작품에 소설가를 등장시키고 자신의 작품을 소설속의 작가가 써나가는 구도를 설정, 이야기를 풀어가는 소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최근 출간된 박상우씨의 장편 「호텔 캘리포니아」, 이순원씨의 연작장편 「수색, 그 물빛 무늬」, 신경숙씨의 「외딴방」에는 하나같이 작품제목과 동명의 소설을 쓰는 작가가 등장한다. 박태원 최인훈 주인석으로 이어지는 「구보씨」 이야기처럼 소설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른바 「소설가 소설」의 전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작품들은 그 수준을 넘어서 있다. 실험의식이라는 신선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독자들은 약간의 혼란을 경험한다.
박상우씨(38)의 「호텔 캘리포니아」(세계사간)에는 김영준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30대 후반의 영준은 「호텔 캘리포니아」라는 작품을 쓴 소설가. 김영준을 주인공으로 한 「캘리포니아 드리밍」 「호텔 캘리포니아」 「캘리포니아 블루스」등 박씨의 소설은 6·25로 인한 한 가족의 파탄, 군대라는 억압적 공간을 벗어나려는 몸부림, 80년대가 남긴 상처에 아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탈출이나 도피의 공간으로 설정돼 세 이야기들을 하나로 이어주는 고리 역할을 한다.
이 소설 중 「캘리포니아 블루스」에서 김영준의 옛 애인 혜란은 영준이 쓴 소설 「호텔…」의 등장인물을 표로 그려가며 분석한다. 혜란은 박상우씨의 소설과 동명인 영준의 소설이 현실에서 꺾어진 욕망을 변형시켜 그리고 있다고 비난한다. 숱한 고통을 겪으며 90년대에 내던져진 사람들의 내면을 아프게 다룬 이 소설을 읽으며 독자들은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스스로 분석해 보고 싶은 은근한 욕망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된다.
이순원씨(39)의 「수색…」도 비슷한 경향을 보여준다. 이 작품에 나오는 소설가 이수호는 이순원씨의 실제 소설 「수색」연작을 쓰고 있다. 친어머니인줄 알고 있던 첩살이 여자에 대한 아련한 그리움을 담고 있는 소설에는 작중 소설가가 발표한 연작의 일부를 읽고 독자가 전화를 하거나 우편물을 보내오는 장면이 등장한다. 지난해 나온 신경숙씨(33)의 「외딴방」에도 소설을 쓰는 작가 자신의 모습에 대한 묘사, 독자의 편지 등을 소개하는 대목이 나왔다.
평론가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염무웅씨는 「외딴방」을 『실험성까지 엿보이는 새로운 소설쓰기』로 보는등 이같은 경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런 작법은 박상우, 이순원씨의 소설에서도 전체 분위기를 이끌어 가며 묘한 울림을 만들어 내는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부정적 시각도 없지 않다. 한 평론가는 『자전소설의 유행과 더불어 이런 작법은 젊은 작가들이 서사로 펼쳐낼 객관적 세계와 대면하려 하기보다 주관적 정직성을 드러내는데 몰두한다는 인상을 준다』며 『이야기의 맛을 살리는 소재를 발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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