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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팔리는 직업(천자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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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팔리는 직업(천자춘추)

입력
1996.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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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들이 모이는 곳에는 굿판이 열리고 사람들이 꼬이고 시끌벅적 떠들썩하고 먹자판이 어우러지고 흥청망청 얘깃거리가 풍성하게 펼쳐지니 자연 흥이 난다.명동거리만 해도 그렇다. 명동예술극장이 대한투자금융으로 넘어가지 않고 그대로 있었으면 상가는 물론 술집 음식점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흥청거릴 것이고 내로라 하는 예술인들이 모여들었을 것이니, 유행이나 상권이 강남으로 넘어가지 않고 세계적 명소로 유행의 첨단을 가는 거리로 발전하였을 것이다. 런던도 뉴욕도 파리도 모스크바도 공연장이 모여 있는 곳은 그렇다고 한다. 우리의 대학로도 공연장이 집약된 곳으로는 세계적인 명소로 손색이 없는 모양이다. 공연에 종사하는 외국의 유명인사들이 와 보고는 깜짝 놀란다니 믿어도 될 것 같다.

배우라는 직업은 이런 흥청거림 속에 존재한다. 시쳇말로 쪽이 팔리는 직업이다. 쪽이 잘 팔린 배우가 배우 중에서는 성공한 케이스일 것이다. 그러니 극을 떠나서 자연인으로 살자 해도 소용이 없다. 이미 사통팔달로 모두가 노출돼 있기 때문에 사생활이 여간 어렵지 않다. 『저기 저 사람 간다』 『저 사람이 누군데』 『어! 저 사람 여기서 술 쳐먹네』 『저 백대가리 김XX 아냐』 『저 백대가리 이름이 뭐지』 『들어. 조용히 해』하거나 『한 잔 같이 합시다』하고 아예 합석을 강요하는 사람도 있다. 안 했다가는 『사람 무시한다』 『깔본다』 『도도하다』 『인간 차별한다』하고 십중팔구 시비가 일어난다.

그렇다고 노상 시비조의 사람만 만나는 것은 아니다. 지리산 종주길에서 만난 아주머니들이 손바닥에 사인을 해달라고 할 때는 그 아주머니를 껴안아 주고 싶기도 하고 시드니, 부에노스 아이레스, 모스크바, 상파울루, 이과수폭포에서 만난 우리 교민들이 『여기까지 웬 일이십니까』하고 인사를 할 때는 참으로 반갑고 기쁘다. 나같은 배우도 이 지경이니 꽤나 쪽 팔린 배우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다. 청와대 뒷살림을 이렇게 사통팔달로 쪽 팔린 사람들에게 맡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면서 혼자 웃는다.<권성덕 연극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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