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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제시대의 총선(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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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제시대의 총선(사설)

입력
1996.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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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4·11 총선은 지방자치제가 전면 부활된 이후 처음 실시하는 국회의원 선거다. 지자제 시대의 첫번째 국회를 구성하는 것은 상당한 중요성을 가진 일이며 이를 위해 정치인들과 시민들은 어떠한 새로운 국회상과 입법기능이 확립되어야 하는지를 심각하게 토론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명백하고 당연한 숙제가 깡그리 잊혀진 채 돌아가는 것이 요즘의 선거판이다.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이 시점에서도 각 정당이나 후보자들의 생각과 유권자들의 관심은 지방의회도 민선자치단체장도 없던 시절의 그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 같다. 나라 전체의 운명이 걸린 국사를 논의할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마당에 지역적인 편협한 이해관계가 국정에 관련한 정당의 이념과 후보자의 지론·양식·능력보다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하지 않나 우려된다.

지자제 실시 이전에는 지역적 현안에 관해 지역주민들이 권위적이고 관료주의적 지방행정기구에 맞서 자신들의 의사를 집약·표출할 창구가 없었기 때문에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지역민원에 많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지자제가 시민들의 호응속에 정착해 가고 있는 지금 국회와 국회의원들은 전혀 새로운 자리매김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후보들의 정견발표장이나 유권자 접촉의 현장에서 이른바 혐오시설 건설을 막아 주겠다는 님비성 공약의 홍수가 터지고 또한 중앙정부 차원에서 국민 전체의 환경·보건·문화적 복지를 위해 유보·억제하고 있는 개발사업들을 무조건 유치하겠다는 공언들이 경쟁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국가와 국민 전체의 안녕과 복지를 위한 입법기능을 하는 국회에서 도대체 이들 정당과 후보들이 어떠한 쓸모가 있을지 의심스럽다.

굳이 지역적인 사안에 관심을 가지려면, 이들은 국회의원으로서 국가 전체의 거시적 안목을 가지고 지역민과 국민 전체의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정하여 동반자적 발전을 꾀할 수 있는 방안들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향적 사고는 찾아보기 어렵고 경직된 흑백논리에 입각하여 모든 지역간, 집단간 이해관계를 제로섬(ZERO­SUM)의 관계로 설정하여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민 전체의 복지를 희생시킬 위험이 큰 언행들을 밥먹듯이 하고 있다.

지자제 시대의 국회는 이제 귀중한 자원과 시간을 지역적 사안보다는 국가 이익과 국민 전체의 복지 증진을 위해 집중 투입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맞을 것이다. 국민의 대표들이 모인 국회가 있기에 국민 전체가 공감하고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국정방안과 법률이 만들어진다는 기대를 국민이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국회는 국가적 차원의 입법을 위한 의식과 능력을 갖춘 정치인들로 채워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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