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잔 보드카」 판금싸고 「러」 술꾼들 거센 반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잔 보드카」 판금싸고 「러」 술꾼들 거센 반발

입력
1996.04.01 00:00
0 0

◎한잔에 알맞은 양 값도 싸 큰 인기… “플라스틱 용기 유해” 당국선 강경지난 겨울 모스크바 술꾼들에게서 큰 인기를 끌었던 「잔 보드카」의 판매 금지여부로 모스크바가 떠들썩하다. 모스크바 시당국은 최근 100 안팎의 투명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판매되는 40도짜리 보드카인 「루스카야 보드카」는 건강을 해친다는 이유로 판매금지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루스카야 보드카는 겉보기에 요구르트와 비슷해 「러시아 요구르트」로, 또 러시아 술꾼들에게는 그 양이 꼭 한잔에 알맞아 「잔 보드카」로 불린다. 가격은 1,200루블선(약 160원).

잔 보드카는 95년 여름부터 일부 가판대에 모습을 나타냈는데 혹독한 추위가 몰아닥친 지난 겨울을 지나면서 주머니가 얄팍한 모스크바인들에게 필수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잔 보드카가 건강에 해롭다는 이유로 판금조치를 당할 위기에 처하자 모스크바 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모스크바 보건당국의 판금조치 검토는 일단 타당해 보인다. 시당국은 시중에 판매되는 루스카야 보드카를 수거, 분석해 본 결과, 40도가 넘는 보드카가 플라스틱 용기와 화학작용을 일으켜 건강에 해로운 염소화합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당국은 또 잔 보드카를 마신 소비자들로부터 불만사항이 많이 접수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제는 주머니가 가벼운 모스크바 술꾼들에게 잔 보드카를 대체할 마땅한 알코올이 없다는 점이다. 잔 보드카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모스크바 일원에는 96도짜리 「농축 보드카」가 사랑을 받았다. 12만 루블짜리 보드카 한 병을 살 수 없는 모스크바 술꾼들은 값싼 농축 보드카를 구입, 술생각이 날 때마다 물에 타서 마시곤 했다. 이 농축 보드카는 그러나 잔 보드카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고 모습을 감춘지 오래다.

잔 보드카는 또 한겨울 자동차 앞유리 세척제로도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최근 러시아당국의 수입 보드카의 가격 인상조치로 더욱 높아진 듯하다. 러시아당국은 우크라이나와 벨로루시등에서 수입된 값싼 보드카로부터 국내 보드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독립국가연합(CIS)산을 병당 1만8,400루블 이하로 팔 수 없다는 포고령을 발표했다. 일반인들의 술값 부담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보통사람들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하면 잔 보드카의 판금 조치는 잘못된 게 틀림없다. 하루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술 한잔 생각이 날 때 별부담 없이 살 수 있는 게 잔 보드카이기 때문이다. 모스크바 남부 차리치노시장 앞의 한 가판대 주인은 『잔 보드카를 하루 약 40∼50잔씩 판다』며 『대개 지하철을 통해 퇴근하는 보통 사람들이 주요 고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스크바 시당국의 태도는 완강하다. 당국은 잔 보드카가 정상적인 작업 환경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만큼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판금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자세이다. 실제로 잔 보드카는 타타르지방에서 반입되고 있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을뿐 어디에서 제조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모스크바=이진희 특파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