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체제종식 이후의 세계적인 데탕트무드와는 달리 오늘날 한반도에는 날로 긴장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긴장고조 원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불투명한 북한상황 때문이다. 경제파탄과 극심한 식량난에 따른 주민들의 동요 등으로 체제붕괴론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북한은 공공연하게 대남도발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오는 16일의 클린턴 대통령 방한은 바로 이같은 시점에서 한미 양국 정상이 장래 북한의 돌발적인 사태에 공동 대처방안을 협의·모색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매우 크다 하겠다.올해초 클린턴이 극동순방일정에서 한국을 제외시켰을 때 국민은 실망했고 또 섭섭했던게 사실이다. 일본을 방문하면서 또 하나의 맹방인 한국을 다녀가지 않는 것은 대한경시자세로 생각했고 이는 결과적으로 북한을 고무, 오판케 하여 대남도발등을 자행할 여지가 있는 것으로 우려했었다. 따라서 중동에 평화가 진척되고 유고 내전이 종식된 뒤 유일한 화약고인 한반도의 기류가 지극히 어두운 때 방한이 결정된 것은 이 지역의 안전을 위해서 다행한 일이라 하겠다.
물론 클린턴의 한국방문의 방식과 절차를 생각하면 무작정 반가워만 할 수는 없게 되어 있다. 3일간의 일본방문에 앞서 서울이 아닌 제주도에 기착, 고작 3∼4시간 머물며 김영삼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공동회견이 일정의 전부인 초미니방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거창한 의전과 형식 그리고 방문일수보다는 실질, 즉 충실한 토의와 합의가 더 중요하다.
이번 정상회담의 주제는 북한사태와 한반도의 긴장완화가 될 것이 틀림없다. 게리 럭 유엔군사령관의 증언대로 식량난에 따른 주민불안을 외부로 돌리기 위한 대남도발 또는 붕괴조짐, 김광진 인민무력부 부부장의 대남전쟁위협담화 등에서 나타난 북한의 상황과 예측불허의 행동, 그리고 북한의 연착륙을 위한 긴밀한 공동협력과 한·미·일 3국의 공조체제 강화, 중국의 대만위협에 따른 동북아사태 등이 중점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클린턴은 북한의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무역제재 완화, 북·미관계 개선, 유해송환 협상, 군사적 접촉등에 대해 한국측에 양해를 구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당연히 북한의 도발과 붕괴등 돌발사태 때의 지원과 협력, 특히 북한의 제2·제3의 핵무기로 알려진 미사일과 화학무기 생산규제에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해야 한다.
클린턴의 방한은 북한의 위협과 무력도발을 견제하는데 큰 의미가 있는만큼 회견에서 평화협정체결은 한국과 직접 협의해야 하며 「만일 도발할 경우 강력 응징」한다는 경고 메시지를 천명하도록 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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