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기획시리즈 타신문과 차별성부각 필요지난달 26일을 기해 4·11총선을 향한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언론보도 또한 크게 늘어나고 있다. 언론이 현대정치과정 특히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은 대체로 두가지 측면에서 지적되고 있다.
그 하나는 유권자들에게 선거의 의미나 쟁점을 제시해 줌으로써 실질적인 정치기구로서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거과정을 극화하거나 혼탁한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보도함으로써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증대시킨다는 것이다.
첫번째 문제는 실제적으로 선거를 보는 언론의 시각, 그에 따른 선거보도의 기획력과 관련된다. 지난주 한국일보는 사설을 통해 이번 선거의 의미를 정치의 민주화와 선진화, 21세기를 앞둔 15대 국회의 중요성 그리고 선거풍토의 획기적 개선 등으로 규정짓고 「경고받은 저질 비방전」 「취지 못 살린 전국구 공천」 「또 지역감정 부추기기」 「후보들의 공명책임」등에 대해 거의 매일 신랄하게 비판, 4·11총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설 이외에도 「수도권 주요 쟁점 분석」 「현역의원 우세 계속 될까」 「장학로사건이 총선 판세에 미치는 영향」등과 같은 심층적 분석기사를 실어 유권자들이 후보를 선택하는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타 선거관련 보도에서는 이번 선거의 의미를 부각시키기 보다는 피상적 수준에 머무르는 등 아쉬운 점도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유권자들의 올바른 판단을 위해 좀더 적극적인 분석기사가 필요한 공식선거운동 개시 이후에 더욱 두드러진다는데 문제가 있다.
우선 기획시리즈에 있어 「4·11쟁점」이외의 「개인유세」 「정당연설회」 「광역판세」 「4·11하이라이트」등은 다른 신문과의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고 있음은 물론 후보나 정당의 입장을 그대로 전달하거나 현장을 단순히 스케치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또한 전국구 공천과 관련해서는 사설이나 장명수칼럼 등을 통해 각당 공천에서 나타난 의미 퇴색과 유권자들의 불평을 지적했지만 여타 기사의 경우는 공천과정이나 후유증 등 가십성 기사가 많았다.
다른 언론매체도 마찬가지지만 선거보도의 선정주의 또한 지속적으로 그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특히 선거과정을 묘사하는 용어의 선정성도 매우 심각하다.
「저격대상」 「복병」 「격전지」 「대공방」 「전의」 「맞불」등 전쟁을 방불케 하는 용어사용은 선거과정을 극화하는 선정주의적 보도의 대표적인 예이다. 「시선끌기 이색구호」 「표심잡기 이색유세 백태」 「선거운동 백태」등의 기사는 선거유세현장의 생생한 뉴스를 전달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유세나 대변인 등 당 지도부의 발언중에서 상대방을 비방하는 말을 선거운동의 혼탁 내지 공명선거라는 관점에서가 아니라 단순히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는 「말말말」고정코너는 흥미위주의 보도로 보인다.
언론계 공통의 문제이긴 하지만 「텃밭」 「TK정서」 「바람몰이」등 지역감정이나 지역할거주의에 기반한 표현이라든지, 정당별 균형 보다는 여야대결이라는 기존의 대립구도에 입각한 보도경향도 한국일보가 앞장서서 개선해야 할 것이다. 요컨대 지난주 4·11총선관련 보도에서는 이미 지적돼 왔던 문제점들이 반복됐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총선에 대한 한국일보만의 시각이 기획과 기사내용으로 뒷받침될 때 선거보도의 문제점을 극복하는 독특한 색깔이 드러나게 된다.
통일을 바라보며 21세기를 불과 4년 앞둔 시점에서 치러지는 이번 총선은 우리사회의 합리적 발전여부를 가늠할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선거보도에 있어 언론이 새로운 자리매김을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남은 선거운동기간에 한국일보의 역할과 기능이 새삼 강조된다 할 것이다.<이재현 충남대교수·서울대신문학박사>이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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