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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에 순종하는 나라」로…(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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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에 순종하는 나라」로…(장명수 칼럼)

입력
1996.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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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와 더불어 14년,2000회를 넘어서며며칠전 첼리스트인 후배와 차를 마시다가 좋은 얘기를 들었다. 그는 이십여년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중요한 교훈을 얻었는데, 그것은 순종의 힘을 깨우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라, 그것은 너의 단점이니 고쳐라 라고 가르치면 학생들은 금방 배우기도 하고, 한참 뭉개다가 따라오기도 하고, 계속 무감각하기도 하고, 제각각이에요. 그것은 기질일 수도 있고, 타성일 수도 있고, 훈련의 결과일 수도 있겠지요. 당연한 소리지만 빨리 앞으로 가는 학생은 가르침을 빨리 받아들이는 사람이에요』

순종에 게으른 사람들은 『순종의 틀을 깨지 않고는 창조하지 못한다』고 믿고 싶을 지도 모른다. 가르침에 무조건 복종하지 않고 저항하는 능력이야 말로 귀한 재능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음악교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순종하지 않고는 천재가 될수 없다고 확신해요. 모차르트를 보세요. 그가 강도 높은 조기 교육에 순종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겠어요? 창조는 순종 다음에 올라가는 계단이므로 순종을 거치지 않고 창조로 건너뛸 수는 없어요. 천재란 본능적으로 자신이 순종해야 할 진리를 빨리 알아채는 사람들이 아닐까요』

우리는 더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세상의 많은 가르침, 진리와 상식, 규범과 질서등을 받아들이는 태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 열렬한 신앙인들, 가정과 직장의 구성원들이 그런 가르침에 순응하지 않음으로써 얼마나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는가.

2천회 칼럼에서 순종의 미덕을 강조하는 것은 지난 14년동안 칼럼을 쓰면서 가장 많이 지적하고 비판했던 것이 바로 우리들의 상식불감증이었기 때문이다. 이름없는 시민에서 대통령까지, 어린이에서 노인들까지, 그리고 각자 옳다고 외쳐대는 많은 개인과 집단들의 언행에서 한결같이 드러나는 것은 상식의 결여일때가 많다. 상식을 가벼이 여기고 상식에 순종할줄 모르는 것은 우리사회의 특징이고, 눈부신 발전과 원시적 혼란이 공존하는 이유다.

나 자신도 이 순간 순종의 계단을 밟지 않고 창조로 건너뛰겠다고 감히 덤볐던 지난 날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다. 빨리 순응하지 못하고 일단 저항하는 나의 기질을 일찍 파악했다면, 즉시 순종하는 능력을 키웠다면,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더 나은 칼럼을 쓸수 있었을 것이라고 절실하게 느낀다. 게으름, 무지, 오만, 욕심등이 상식을 건너뛰게 하는 것은 개인이나 사회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므로 정치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겠는데,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이룩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상식에 순종하는 나라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상식을 짓밟았던 후보와 정당은 어떤 감언이설을 늘어놓더라도 찍지 말고, 초보적인 상식을 무시한채 이전투구하는 미개한 정치를 추방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 상식에 순종할줄 모르는 정치인이 국가와 민족에 순종할 수 없다는 것이야말로 만고의 진리인데, 그 진리를 외면했던 우리가 나중에 누구를 탓하겠는가.<관련기사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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