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를 벌이던 대학생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은 사인이 어디에 있든지간에 지극히 안타까운 일이다. 20세의 꽃다운 나이에 청운의 꿈을 미처 펼쳐 보지도 못한채 목숨을 잃다니 그 부모들의 애통함이 얼마나 크겠는가. 우리사회의 손실이고 비극이 아닐 수 없다.연세대생 노수석씨는 29일 하오 6시55분께 서울 을지로6가에서 등록금인상 철회와 대선자금공개를 요구하는 학생 시위에 가담했다가 진압경찰에 쫓겨 동료학생 10여명과 함께 길옆 인쇄소로 피신한뒤 인쇄소 안에서 숨진채로 인쇄소 직원에게 발견됐다는 것이다.
노씨의 갑작스러운 사망을 놓고 한총련과 재야단체는 경찰의 과잉진압이 노씨를 숨지게 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경찰은 피신하느라고 급격하게 달아나다 쇼크사했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등 사인을 둘러싸고 공방을 하고 있다.
노씨의 진짜 사인이 무엇인지를 가릴만한 자료를 우리는 갖고 있지 않다. 경찰이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노씨의 시신을 부검키로 했다니 유가족과 한총련 등은 울분과 격한 감정을 자제하고 부검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또한 경찰의 시신부검은 한점의 의혹도 없이 이뤄져 노씨의 죽음이 가뜩이나 어수선한 선거분위기를 자극하는 계기가 돼서는 결코 안되겠다는 것을 당부하지 않을 수 없다.
한편 우리는 대학생들이 시위를 하다가 숨지는 지난 시절의 불행했던 전철을 되풀이할 만큼 대학생들의 과격한 시위행태와 진압경찰간의 과격 대응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데 대해 통탄스러움을 금하기가 어렵다.
도대체 왜 우리 대학생들은 대선자금 공개란 정치권의 쟁점을 학생운동의 투쟁이슈로 내걸어야 하는지, 각 대학의 서로 다른 등록금 인상문제가 대학생들의 공통적인 쟁점이 될 수 있는지를 선뜻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같은 이슈를 내걸고 가투를 벌이는 학생운동이 우리말고 세계 어느 나라에 또 있는지를 우리는 아직 알지 못한다.
학생운동은 어디까지나 학생운동다운 순수성을 지녀야 한다. 그것이 정권타도의 정치투쟁이 되어서도 안되며 어느 기성 정치파당에 의해 이용되어서도 안된다. 또 학생들의 의사표현은 과격한 행동이나 가두시위같은 극단적인 방식을 빌려서도 안된다. 젊은 지성답게 대화로 의사표현을 하는 성숙한 시위방법도 배워야 한다.
죄없는 동료의 귀중한 생명을 잃게 하는 학생들의 과격시위는 이제 끝내야 할 때가 됐다. 독재정권도 군사정권도 아닌, 국민이 표로 뽑은 정권인데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타도 대상으로 삼아 극한투쟁을 일삼는 것은 결코 학생운동이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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