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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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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1TV의 하오 8시30분 인기 일일연속극 「바람은 불어도」가 29일 2백45회로 막을 내렸다. 지난해 4월3일 첫 방영된 후 1년동안 50%란 높은 시청률로 안방극장을 휘어잡고 줄줄이 유행어를 만들어 내는 등 숱한 화제를 뿌렸다. 바로 뒤이어지는 9시뉴스의 시청률까지 높여 최근의 KBS 상승세를 선도한 「효자」란 평가를 받았다. ◆공영방송의 위상을 한단계 끌어올린 이 연속극은 내용이 독특한 것도 아니었다. 대가족 가정의 3대에 걸친 고부간의 미묘한 감정 표출, 개성이 다른 3형제의 갈등과 우애, 직장을 물러나야만 했던 가장의 고뇌 등 아주 흔한 내용이다. 이를 건강한 웃음과 눈물을 섞어 잔잔하게 그렸을 뿐이다. ◆연속극속의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우리였다. 그들의 눈물 웃음 고뇌는 우리가 매일 같이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연속극속의 대사가 유행어로 자리잡고 그 내용처럼 「며느리 휴가보내기」 「중고 부부 늦은 결혼식올리기」 등이 새 풍속도처럼 번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인기에 편승해 예정보다 횟수를 늘리기도 했지만 가족시간대의 일일연속극이 지녀야 할 모습을 제시했다. 모든 가족이 편한 마음으로 같이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평범한 원칙이었다. 이것은 각 TV방송국이 가족시간대에 비슷한 일일연속극을 다투어 방송하는 결실로 이어졌다. ◆KBS는 「바람은 불어도」의 커다란 성공을 공영방송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한 잣대로 삼아야 한다. 시청률 경쟁보다는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같이 웃고 울 때 공영방송으로서 우뚝 설 수 있다는 것을 이 연속극은 상징적으로 말해 주고 있다. 그러할 때 높은 시청률은 저절로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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