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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트로스 갈리 유엔총장에 듣는다(한국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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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트로스 갈리 유엔총장에 듣는다(한국 인터뷰)

입력
1996.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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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공동사업 통한 화해 모색”/북외교고립 식량 국제지원 큰 걸림돌/일·독 안보리상임국 단시일내 힘들것/한국,지원국 변모… 유엔재정난 펜도 못줄지경□대담=최규식 국제1부장

방한중인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 유엔 사무총장을 30일 상오 숙소인 하얏트 호텔에서 1시간 가량 만나 새로운 국제질서 아래서의 유엔의 역할과 안보리 이사국에 진출한 한국의 활동,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92년 1월 제6대 유엔사무총장에 취임한 그는 『유엔의 지원을 받던 나라에서 유엔의 주요 지원국으로 성장한 한국과 한국민에 대해 깊은 애정과 경외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로명 외무장관 초청으로 28일 내한, 김영삼 대통령 예방 등 5박6일의 방한일정을 마치고 내달 2일 일본으로 떠나며 방한에 앞서 중국을 방문했다.

―93년에 이어 두번째 한국을 방문했는데 이번 방한의 목적은.

『한국은 세계무대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국가로 이미 부상했다. 이번 방문 목적은 김영삼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 지도자들과 만나 남북한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 주변정세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안보리 이사국으로 진출한 한국의 역할에 대한 평가는.

○유엔의 희망대변

『한국은 유엔이 자랑하는 모범국가이다. 이번이 두번째 방한이지만 서울을 찾을 때마다 뿌듯하고 행복한 느낌을 받는다. 유엔이 국가건설 초기에 원조했던 한국이 이제는 유엔을 돕는 지역 강대국(REGION POWER)으로 성장했다는 사실 자체가 유엔 역할의 필요성을 더욱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제 1백85개 회원국 가운데 17번째로 많은 유엔 분담금을 내는 경제적 기여를 하고 있으며 정치적으로도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활력적이며 효율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여러모로 한국은 세계국가들에「유엔의 희망」을 웅변하는 모범 국가임을 강조하고 싶다』

―93년 방한시에는 판문점을 통해 북한도 방문했었다. 남북한 정상회담을 주선할 용의는.

『지난 번에는 남북한 동시 방문이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북한 방문이 이뤄지지 못했다. 지난 번에는 한국을 방문한 뒤 평양에 들어갔기에 이번에는 평양을 먼저 방문하고 서울을 방문하려 했지만 일정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 유엔을 대표하는 사무총장 자격으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 싶다. 다만 당사국의 합의된 요청이 있을 경우에 한해서다. 지난 번 북한 방문때 김일성 주석을 만났지만 김주석의 죽음으로 애석하게 한반도 평화의 전기를 마련하는 데는 실패했다. 북한방문을 계속 추진해서 정상회담을 중재하고 싶다. 또 남북한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유엔개발계획(UNDP)을 통해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법으로 관계개선을 모색할 생각이다』

―청와대 방문시 남북간 중재역을 맡아달라는 김영삼 대통령의 요청이 있었는가.

『김대통령과는 포괄적인 국제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물론 대북지원문제를 비롯한 북한문제도 포함돼 있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남북한간 중재역은 당사국들의 요청이 있을 때 언제든지 할 용의가 있다』

―유엔의 대북 식량지원현황은.

『유엔의 대북 지원은 유엔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개발계획을 통해 이뤄지고 있지만 최근 5천톤의 지원식량을 운반하던 수송선박(쳉다호)이 사고로 침몰하는 바람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고 있다. 현지 유엔 식량관리관의 보고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은 영양상태가 매우 나쁜 편이다. 특히 어린이들과 노약자의 영양 부족은 심각한 지경에 이르고 있다. 때문에 유엔은 회원국들에 여러 채널을 통해 대북 식량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호응이 빈약하다. 더욱 상황을 어렵게 하는 문제는 북한당국의 수동적인 태도이다. 북한의 외교적 고립은 유엔의 식량지원사업에 큰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

○북 붕괴 노코멘트

―북한의 김정일 체제가 곧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유엔 정회원국의 내부문제이기 때문에 언급하지 않겠다. 유엔에는 기본적으로 정보 수집 및 분석능력이 없다』

―북경(베이징) 방문시 중국지도자들과 북한문제에 대해서도 논의를 했는가.

『북한문제는 세계 주요현안중 하나이기에 당연히 논의가 있었다』

―중국·대만간 긴장이 동북아 정세의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는데.

『강택민(장쩌민) 중국국가주석과 이붕(리펑) 총리를 만나 대만문제를 심도있게 논의했다. 본인은 이 자리에서 양안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과 함께 필요할 경우 대만과 중국의 평화중재자로 나설 용의가 있음을 전달했다. 양안문제에 대한 유엔의 입장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고 규정한 71년의 유엔결의안 2758호에 명백히 나타나 있다. 양안 갈등은 결국 중국의 「1국 2체제」에서 비롯된 내부문제라는 것이 본인의 생각이다』

―대만의 유엔 재가입 가능성은.

『이번 동북아 방문에서 수차례 얘기했지만 중화인민공화국은 유엔이 정통성을 인정하는 단 하나의 중국정부다. 대만이 유엔에 가입할 수 있는 길은 하나가 있다. 중국이 대만의 유엔 가입을 인정할 때만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가능성이 없다. 대만의 유엔 가입문제가 예전처럼 총회에 상정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그러나 거부권을 지닌 유엔 상임이사국의 현실을 볼 때 대만의 외교적 독립은 실현 불가능할 것이다』

○올 직원 10% 감원

―유엔의 재정위기가 호전될 가능성은.

『유엔은 두가지 위기에 빠져 있다. 첫번째는 예산의 위기이며 두번째는 재정위기이다. 우선 유엔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많은 데 올해 예산 규모는 전년에 비해 20%가량인 1억5천4백만달러가 감소됐다. 이처럼 축소된 예산에 따라 유엔직원 규모가 10%나 축소될 상황이다. 당장 유엔의 주요회의때 참석자들이 사용하는 펜도 나눠주지 못할 지경이다. 중요한 것은 각종 유엔의 지원계획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엔이 당면한 재정 위기는 주로 회원국이 제때 분담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초래되고 있다. 벌써 회원국의 분담금 체납액 규모만 30억달러를 상회한다. 유엔은 2월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2년연속 분담금을 체납하는 회원국은 각종 회의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게 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지만 이에 해당하는 국가만도 41개국에 달하는 형편이다. 정말 심각한 상황이다. 최대지원국인 미국도 15억달러의 체납액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이 새로운 상임이사국에 포함될 가능성은.

『현재 안보리 상임이사국 구성은 국제무대에서의 정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어떤 국가들로 상임이사국을 구성하느냐에 있다. 상임이사국 선정문제만 제기되면 많은 국가들이 손을 들고있다. 일본과 독일은 앞선 경제적 위상으로 이를 요구하고 브라질 나이지리아 인도 등도 상임이사국 진출을 희망하고 있다. 회원국간 합의 도출도 어렵다. 안보리 개편문제는 활발히 논의되고 있지만 올해 또는 내년에도 결정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의 위상에 걸맞게 유엔 사무국에 한국인 직원을 더 채용할 계획은.

○연임여부는 미정

『유감스럽지만 앞서 밝힌 대로 유엔의 재정과 예산문제로 직원채용이 동결돼 있다. 사무총장직을 맡은후 그동안 40여개국이 새 회원국이 됐지만 이가운데 대부분의 국가들은 유엔 사무국 직원을 한명도 진출시키지 못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한다. 북한도 사무국 직원이 한명도 없다』

―12월로 임기가 만료되는데 연임을 낙관하는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다. 나선다면 낙관적이라고 생각한다』<정리=윤석민·이상원 기자>

□약력

▲74세 ▲이집트 카이로 출생 ▲카이로대 졸업(법학)·파리대 박사(국제법) ▲44∼77년 카이로대 교수(국제법 및 국제관계) ▲60∼75년 알아람 이크티사디 지 창간 및 편집인역임 ▲74∼77년 아랍사회주의연맹(ASU) 중앙위원 ▲77∼91년 이집트 외무장관 ▲91년 이집트 부총리(외무담당) ▲92년 1월 6대 유엔 사무총장 취임 ▲부인 레일라 마리아 부트로스 갈리 여사 ▲「평화에 관한 비망록」등 저서 및 논문 100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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